중소기업 제품 판로 여는 1인 BJ…"홈쇼핑 부럽지 않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멜론 맛, 오렌지 맛, 초코 맛이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에 올라온 한 상품(똘똘이 아이스크림 가게) 리뷰 방송 장면이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에선 캐리, 엘리, 케빈 세 명의 BJ(broadcasting jockey: 인터넷방송 진행자)가 나와 역할극 등의 형식으로 완구를 가지고 논다. 영·유아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로 어린이들 사이에선 ‘캐통령(캐리+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국내 유튜브 채널 누적 조회수 1위(6억5998만 회)를 기록했다. 이 리뷰 방송에 등장한 상품은 매출이 급증한다. ‘액체 괴물’이라고 불리는 젤리형 점토 제품군은 작년 8월 소개된 뒤 매출이 전년 대비 30%가량 늘어났다.

“홈쇼핑, 진입장벽 높고 비용 많이 들어”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에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올려놓는 1인 BJ 방송이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새 유통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인기 BJ들이 언급만 해도 제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과거 게임, 음식 등에 몰려 있던 1인 방송 콘텐츠는 최근 스포츠, 완구, 전자제품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 때문에 PPL(방송 노출을 위해 제품을 협찬하는 것)에 참여하거나 아예 BJ를 쇼핑호스트로 고용해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홈쇼핑 방송에 입점하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기업,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려는 기업들이 특히 1인 방송에 주목한다.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뷰티 브랜드 ‘글로시데이즈’는 유튜브에서 ‘씬님’으로 잘 알려진 BJ와 ‘씬쿵주의 시즌1 파우치’라는 방송을 기획, 하루 만에 제품을 완판(완전판매)해 화제가 됐다. 가발업체인 하이모는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1인 방송 관련 부서를 설치해 페이스북 라이브 채널로 방송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BJ를 매칭해주는 중개업체도 등장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이브킹’ 등이 대표적이다. 홈쇼핑 쇼호스트 지망생을 교육한 뒤 제품 소개를 원하는 중소기업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운영된다. 김현기 라이브킹 대표는 “중소기업이 일정액(160만~220만원)을 내면 BJ가 영상에 나와 상품 로고송을 즉석에서 지어 부르거나, 직접 산지를 찾아가는 등 눈길을 끄는 방식으로 제품을 홍보해준다”며 “수산물 판매를 의뢰받은 한 BJ는 울진 산지에서 울릉도 근방까지 배를 타고 가는 장면을 실황으로 방송해 한 달 만에 1000만원어치를 팔았다”고 말했다.

중기 지원기관도 1인 방송 적극 활용

전문가들은 1인 방송의 최대 장점으로 몰입도와 쌍방향성을 꼽는다. 물건만 소개하는 기존 홈쇼핑과 달리 부가적인 재미를 전달함으로써 제품에 관심이 없던 소비자들도 끝까지 방송을 보게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댓글을 다는 등 의견을 낼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짝퉁인지 아닌지 보여달라”는 댓글이 달리면 BJ가 곧바로 물건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런 효과로 중소기업 지원 기관들도 1인 방송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산업진흥원(SBA)은 지난달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는 1인 미디어 집단 ‘크리에이티브 포스’ 100명을 모집했다. 지난 17일 스튜디오 문을 열었다. 김상훈 SBA 미디어콘텐츠센터장은 “대대적인 홍보나 마케팅을 벌이기엔 비용이 부담스러운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라며 “제품을 갖고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영상 자체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지난달 15~1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우수 중소기업 마케팅대전’에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중소기업 5개사 제품이 페이스북 라이브채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노출되도록 지원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관계자는 “1인 방송의 주요 시청자가 20~30대를 벗어나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제품을 홍보하고 유통할 새 채널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