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검찰 등 19곳 특수활동비 조사…국정원은 제외
감사원이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실태 점검에 나섰다. 검찰 간부들의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절감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 강하다. 정치권에선 새 정부 들어 4대강 사업과 방위산업 비리를 파헤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감사원은 19일부터 청와대와 국회, 국방부, 법무부 등 19개 기관의 특수활동비 집행 실태를 점검한다고 18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돈 봉투 만찬 사건 등을 계기로 특수활동비 사용체계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내년도 특수활동비 예산 편성에 이번 점검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신속 처리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내년 정부 예산안의 국회 제출 시한이 9월1일인 점을 감안해 다음달 점검을 끝내겠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지난 5월 돈 봉투 만찬 사건 이후 특수활동비 절감 방안을 내놨다. 올해 특수활동비 127억원 가운데 42%인 53억원을 사용하지 않고 내년 예산에서 50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이 때문에 내년 다른 정부 기관의 특수활동비도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감사원이 일부 부처가 아니라 모든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내역을 처음 들여다보기로 했다. 다만 이번엔 특수활동비를 쓰는 20개 기관 중 국가정보원은 감사 대상에서 뺐다. 올해 특수활동비 규모가 4930억원으로 가장 많지만 업무 속성상 고도의 기밀유지를 해야 하는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부 기관이 주요 기밀과 관련된 비용만 특수활동비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국정원에선 대부분 예산을 특수활동비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감사하면 사실상 국정원 전체에 대한 기관 감사가 된다”며 “8월 말까지 감사를 끝내기 위해 국정원은 감사 대상에서 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를 받으면 해당 기관의 활동이 위축되는데 특수활동비 의존도가 높은 편인 검찰과 국세청은 감사하면서 국정원만 뺀 것은 13개 과제를 정해 과거 정부의 적폐를 조사 중인 국정원을 배려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도마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황찬현 감사원장에게 “4대강 사업 이후 홍수로 인한 예산 투입이 줄고 가뭄도 줄었다”며 “무엇을 감사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대통령 지시로 감사를 결정해 감사의 독립성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개발과 관련해 감사원으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