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편의점 등 무인화·자동화 빨라지나
◆물류 등 인프라 빠르게 자동화
유통업체들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최저임금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화, 효율화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직원 대부분이 판매, 진열 등 단순 업무를 하고 있어 최저임금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내년 최저임금(7530원)을 적용하면 150억원의 인건비 상승 요인이 생긴다”며 “최저임금이 1만원이면 이 금액이 550억원으로 껑충 뛴다”고 말했다.
물류, 배송 같은 인프라 분야에서 ‘자동화 진도’가 가장 빠르다. 국내 대형마트 대부분은 이미 상품 주문의 80~90%를 자동으로 하고 있다. 과거엔 사람이 일일이 재고를 파악해 필요한 상품을 전화로 주문했지만, 지금은 컴퓨터가 알아서 해준다.
‘사람 없는 점포’도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확산 중이다. 이마트24는 서울 코엑스점, 성수점 등 본사 직영 점포 일부에서 무인 계산대를 운영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에 첫 무인점포를 열었다. 롯데슈퍼도 4월 서울 대치점에 처음 무인 계산대를 도입했다.
◆프랜차이즈도 무인화 바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업체 등은 ‘셀프 주문’이 가능한 키오스크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 방식 무인단말기로 자판기처럼 소비자가 직접 주문과 결제를 하는 시스템이다. 2015년부터 키오스크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롯데리아는 현재 전국 560개 매장에 설치했다. 전체 점포(1355개)의 41.3%에 이른다.
맥도날드도 전국 440개 매장 중 190곳에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주문시간을 줄여 매출을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건비 감소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대당 설치 가격은 700만~800만원 선이다. 롯데리아의 경우 평균 약 10%의 인력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한다. 외식업계에도 키오스크 도입 사례가 많다.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토니버거와 남다른감자탕S, 덮밥&이자카야 바베더퍼, 퓨전 국수 전문점 국수시대, 하노이 쌀국수 전문점 포세븐 등이다.
스타벅스는 모바일 주문 시스템을 도입, 인건비 감소효과를 보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사이렌오더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매장 반경 2㎞ 내 거리에서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미리 주문·결제한 뒤 매장에서 바로 찾아가기 때문에 매장별로 최소한의 인력만 두면 된다.
◆자영업자 자동화 투자 큰 부담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선 무인화, 자동화가 필요하지만 급격히 확산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자영업자들에겐 자동화를 위한 투자도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반감도 크다. 일부 편의점 무인 계산대는 이용률이 높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데다 직접 바코드를 찍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담배 술 등은 소비자의 나이를 확인해야 해서 무인 계산대를 이용할 수 없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상품에 전자태그(RFID)를 달면 계산이 훨씬 편해져 무인 계산대 이용률이 확 높아지지만 비용이 더 올라가 아직은 도입하기 힘들다”며 “기술적 한계 탓에 최소 5년 내 무인점포가 크게 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이 인력 감축에 나설 경우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란 점도 부담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역행하는 기업으로 낙인 찍힐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안재광/이유정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