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장동의 한 아파트에 경비원을 파견 중인 A사는 18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받았다. A사는 경비원의 휴식시간(무급)을 늘리고, 가산수당이 붙는 야간근로를 줄여 총액 임금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작 경비원·중소기업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 혜택 못본다"
내년 최저임금이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지만 정작 아파트 경비원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는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대기업 생산직과 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 호봉제 근로자 임금은 큰 폭으로 올라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격일제로 근무하는 아파트·빌딩 경비원의 평균 월급(2016년 기준)은 179만원이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24시간 동안 일터에 나와 있지만 시급은 18시간 기준으로만 받는다. 식사 시간과 야간 휴식시간을 공제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일터에 나와 있으면 근로시간으로 본다. 그러나 경비업에는 근로기준법의 근로·휴식시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무급 휴식시간이 가능한 이유다. 2015년 경비원의 최저임금 적용률이 90%에서 100%로 상향됐을 때도 대부분 경비업체는 휴식시간을 신설하거나 늘려 총액 임금을 유지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경비원 월급은 아파트 관리비에서 나오는데 관리비 인상에 동의할 주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는 휴식시간 증가를 받아들이는 경비원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호봉제 대신 고정급을 받는 중소기업 근로자도 최저임금 인상 수혜에서 비켜나 있다. 기본급 180만원에 교통비 20만원, 식대 10만원 등 월 210만원을 받는 중소기업 직원은 기본급이 월 환산 최저임금(157만3770원)을 넘기 때문에 임금 인상 요인이 없다.

반면 호봉제 적용을 받는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대폭 오를 전망이다. 생산직 근로자 1호봉(고졸 신입)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전체 호봉을 올려야 하는 구조다. 호봉 간격을 축소하거나 최저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각종 수당을 줄여서 임금 총액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근로기준법상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가 없는 대다수 중소기업에선 경영진이 최저임금에 들어가지 않는 수당을 줄여 총액 임금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가 최저임금 상승의 혜택을 보는 왜곡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고정적 상여금이나 성과급 등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