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어제 삼성전자 등 15개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하반기 신규 채용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신산업에 대한 규제는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적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통령 제1호 업무지시로 설치된 일자리위원회가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 기업에 대해서도 일자리 확대를 본격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 부위원장이 대기업 CEO와 만나 일자리 확대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해소에 대기업이 앞장서 달라”고 얘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의 원인 분석부터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대·중소기업 임금격차가 커진 밑바탕에 임금인상을 강요해 온 대기업 강성 노조가 자리잡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용노동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59.6%다. 2000년 70% 수준에서 계속 하락세를 보여왔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들이 고용유연성을 허용하지 않는 과보호에 기대어 매년 큰 폭의 임금인상을 끌어낸 게 임금격차 확대의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생산성은 높아지지 않았는데 인건비 부담이 커진 대기업들은 그 비용을 하청 중소기업에 전가하고,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직원 급여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이 같은 악순환은 모두가 아는 대로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해소 등 일자리 질 개선을 주도하는 일자리위원회는 말 그대로 ‘힘 있는’ 기구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장관급 11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확대의 원인은 따로 있는데 대기업에 그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임금격차 해소는 정부가 강성 노조에 대한 과보호 장치를 걷어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