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여론몰이식 삼성 기소는 그 전제부터 잘못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제40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증언한 내용의 골자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기세등등하던 특검은 이를 반박할 아무런 증거조차 내놓지 못했다. 특검이 궁지에 몰리자 증인을 깎아내리는 등 끝까지 여론몰이 공세에 혈안이 된 모습은 황당할 뿐이다.

신 교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설계로 완성됐다는 특검 주장이 오류투성이임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결정 후 두 회사 주가가 모두 15%가량 상승했다”며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도 좋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은 합리적 투자였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근거들도 제시했다. 특검이 주장하듯 국민연금이 불리한 걸 알면서도 삼성 로비로 합병에 찬성했다고 볼 수 없다는 반박이다. 신 교수는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로비를 벌였다는 특검의 단정에 대해서도 “반(反)재벌 정서가 아닌, 냉정한 이성으로 판단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검 주장을 뒷받침하는 전제가 모두 잘못됐다는 얘기다. 처음부터 “~였을 것”이라는 유의 가정(假定)에 가정을 더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가설이 진실에 가까울 리 없다. 하물며 그 가정들까지 잘못됐다면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렇다면 남는 건 무엇이겠나. 결국 우리 사회의 반재벌 정서를 부추기고 이에 편승해 기어이 큰 것을 ‘한 건’ 올리고야 말겠다는 특검의 심산이 읽힌다는 말까지 나온다.

결심 공판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법정 증거주의와 공판 중심주의 원칙에서 이탈해 특검이 두고 있는 갖가지 무리수만 해도 그렇다. 정유라 씨가 변호사와 상의도 없이 법정에 출석하는가 하면, 특검이 현직 장관급 인사인 공정거래위원장을 증인으로 불러낸 데서 그런 기류가 엿보인다. 심지어 법조계 안팎에서는 청와대에서 캐비닛 문건이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는 것도 재판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내놓는 마당이다. 특검은 이 사건을 여론몰이로 시작해 여론몰이로 끝내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