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1등 초석 다질 것"
국민은행이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에 다시 나섰다. 2014년 ‘KB사태’의 불씨가 돼 작업이 중단된 지 3년 만이다. 국민은행은 3년 전 그룹 회장과 국민은행장이 모두 물러나는 내상을 입은 만큼 이번엔 어떤 잡음도 없이 매끄럽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사진)도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에 시비가 있어서는 안 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 1등 금융그룹의 초석을 다질 것”을 주문했다.

2020년부터 가동 시작

국민은행은 20일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이노베이션(PI·공정혁신) 컨설팅업체를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시스템 교체 작업에 들어간다. 이어 다음달부터 석 달에 걸쳐 각 사업부 의견을 수용해 시스템 구축 방향을 정하고, 내년 상반기께 시스템 구축을 시작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여기에 3000억원 안팎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1등 초석 다질 것"
대량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주전산기는 기존 IBM프레임에서 유닉스로 교체될 전망이다. 신한, KEB하나, 농협 등 주요 은행들은 주전산기로 유닉스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IBM 프레임은 보안성은 좋지만 폐쇄형이어서 호환성이 낮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반면 유닉스는 호환성이 높아 디지털 금융 환경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국민은행은 앞서 2014년에도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려고 시도했다가 ‘KB사태’를 맞은 아픔이 있다. 유닉스를 주장했던 임영록 당시 KB금융 회장과 이에 제동을 건 이건호 국민은행장 간 갈등이 확산되면서 ‘KB사태’를 촉발했다.

그해 5월 이사회에서 이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은 교체 근거가 담긴 보고서에 오류와 왜곡이 있으며 주전산기 교체 이후 심각한 전산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을 비롯한 은행 이사회는 이미 1년 전부터 논의해온 안건이라며 관철시키려 하다가 금융감독원 고발로 이어졌다. 이후 회장, 행장, 감사가 모두 사퇴했으며 주전산기는 기존 IBM체제가 유지됐다. 이때 IBM과 맺은 계약기간은 2020년까지다.

“2014년과는 다르다”

국민은행은 새 전산시스템을 클라우드 서비스,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에 최적화하도록 개발하기로 했다. 2020년 가동되는 시스템에서는 기존 판매상품을 통합·관리할 수 있어 프라이빗뱅커(PB) 등이 고객별로 상품·연령·기간 등에 맞춰 체계적으로 수익률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2014년과는 달리 지주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는 윤 회장 체제에서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도 일사불란하게 추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사태’ 이후 그해 11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윤 회장도 취임 당시 전산시스템 교체를 해결 과제 중 하나로 내걸었다. 오는 1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신한금융을 누르고 리딩뱅크 입지를 되찾아오는 것은 물론 ‘애물단지’로 남아 있던 전산시스템 교체까지 진행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 시대에 계열사 및 제휴사와 연계한 금융상품,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차세대 시스템 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