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정상품으로 속여 4000억원대의 무역금융 범죄를 저지른 업체가 적발됐다. 이 회사에 투자한 개인과 기관투자가 등이 모두 1000억원대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3조원대 무역사기를 저지른 모뉴엘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불량 웨이퍼를 정상품으로 둔갑시켜 수출한 것처럼 속이고 1370억원의 무역금융 부당대출, 960억원의 수출입 물품가격 허위신고 등 총 4049억원의 무역금융 범죄를 저지른 메이플세미컨덕터의 박모 대표 외 2명을 적발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세관은 관세법 등 위반 혐의로 이들을 지난 6월 구속했고 검찰은 이들을 기소했다.

이들은 불량 웨이퍼를 정상 웨이퍼로 속여 수출 가격을 개당 250달러에서 800달러로 부풀리는 등 2011년부터 총 294회에 걸쳐 수출신고 실적을 조작했다. 이를 토대로 국내 5개 은행에 허위 수출채권을 매각해 137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수출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다시 허위 수출채권을 은행에 매각하는 이른바 ‘뺑뺑이 무역’을 반복하다 파산 지경에 이르자 올해 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