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K브러더스가 ‘사고’를 칠 차례다.K낭자들은 이미 기세가 등등하다.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개 메이저 대회(ANA인스퍼레이션,KPMG위민스챔피언십,US여자오픈)를 석권했다.19개 대회에 출전해 9승을 올렸다.

하지만 남자 선수들은 김시우(22·CJ대한통운)가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제패한 게 전부다.김시우의 성과는 눈부시다.하지만 결정적 반전을 위해선 ‘진짜’ 메이저 트로피가 K브러더스에게 필요하다.메이저 우승은 벌써 8년 전의 일이다.2009년 양용은(45)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은 게 마지막.이후 메이저 대회 챔프 계보는 대가 끊겼다.

오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개막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대회’브리티시오픈(이하 디오픈)은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쥘 호기다.우승컵인 ‘클라레 저그’는 세계 남자 프로골퍼 모두의 꿈이다.

한국 선수는 총 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제5의 사나이 김시우, 유럽프로골프 투어 메이저 챔피언 안병훈(25·CJ대한통운), 일본투어 강자 김경태(31·신한금융그룹)와 오뚝이 강성훈(30), 아프리카의 제왕 왕정훈(22), 어린 왕자 송영한(26),한국오픈 우승자와 준우승자인 장이근(24), 김기환(26)이 그들이다.

세계랭킹 등 성적으로만 볼 때 우승 확률이 높은 건 아니다.김시우가 32위로 가장 높고, 안병훈(60위),왕정훈(65위),강성훈(87위)이 그나마 100위권에 포진해 있다.나머지는 모두 100위권 밖이다.이가운데 PGA챔프는 김시우밖에 없다.

일단 올해 대회장인 잉글랜드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이 ‘반전’을 꿈꾸는 ‘언더독’선수들에겐 가장 큰 장벽이다. 지금까지 9번 디오픈 대회를 치른 이 골프장은 디오픈 네트워크인 10개 링크스 코스 가운데 선수들의 기량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해내는 코스로 유명하다. 변별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9차례 열린 대회에서 이변은 없었다. 이곳에서 디오픈 정상에 오른 9명 가운데 5명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하지만 ‘절대강자 부재’의 시대로 흐르고 있는 PGA 추세상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해안가 링크스 코스에서만 열리는 대회 특성상 변수도 많다. 링크스 코스는 바닷가 황무지에 조성한 골프 코스다. 깊은 항아리 모양 벙커와 단단한 페어웨이, 긴 풀과 관목으로 가득한 거친 러프가 특징. 게다가 바닷가에 조성된 코스다보니 갑작스런 비바람까지 대회의 변수로 곧잘 등장한다.

기술적 기량과 함께 이런 악천후와 돌발변수에 대처하는 경륜, 행운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클라레 저그의 주인공을 가려낸다.K브러더스에게 이런 변수들이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실제 2007년 디오픈에서 ‘탱크’ 최경주(47·SK텔레콤)는 우승할 뻔 했다.그는 당시 4라운드 합계 3언더파를 쳐 공동 8위에 올라 한국 선수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1위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과의 타수 차가 4타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