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역 선포 요구하고 이튿날 출발…인명 피해 파악 '허술'
연수에 4천500만원 '혈세'…다른 의원은 복구 구슬땀 '대조'


300㎜의 기습적인 폭우로 22년 만에 최악의 수해를 당해 청주 주민들이 혹심한 고통을 겪는 가운데 충북도의원들의 엇갈린 행보가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 4명은 지난 18일 8박 10일의 일정으로 유럽연수를 떠났다.

지난 16일 쏟아진 폭우로 청주 곳곳에서 사상 유례 없는 물난리를 겪은지 불과 이틀 뒤였다.

이들은 유럽의 문화·관광산업 등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연수에 나섰지만, 첫날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개선문을 둘러보는 것을 시작으로 로마시대 수로, 모나코 대성당, 성 로렌초 대성당, 피사의 사탑, 베니스 비엔날레 주 전시장을 방문하는 등 일반 관광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정이 잡혀있다.

이번 연수에 나선 도의원 가운데는 이번 폭우로 도심 전체가 물에 잠긴 청주가 지역구인 의원도 포함돼 있다.

또 다른 도의원은 지난 17일 도의회에 차원에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으나 자신은 정작 이튿날 관광성 외유에 몸을 실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서는 "이번 폭우는 충북 사상 초유의 피해를 남겼다.

정부는 조속한 피해복구를 통해 도민들이 삶의 희망을 품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이재민의 아픔을 달래 주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성명도 급조된 듯 허술해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충북도는 이날 오전부터 폭우에 따른 인명 피해가 4명 사망, 1명 실종으로 공식 발표했고, 각 언론을 통해서도 이런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이날 오후에 열린 이들 의원의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성명에는 "현재 사망 2명, 실종 3명 등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재난 상황의 가장 중요한 인명 피해 상황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또 이번 연수에는 도의원들을 수행하기 위해 도의회 사무처직원 등 공무원 4명도 동행하는 등 주민의 혈세가 무려 4천500만원이 들어갔다.

이를 놓고 지역사회에서는 "피해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해외여행까지 가면서 특별재난구역을 선포해달라고 기자회견으로 생색만 내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자기들이 해야 할 도리는 하지 않고, 정부에만 요구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쇄도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수해 지역에서 복구에 앞장서는 도의원들도 있어 대조를 이뤘다.

이들은 폭우가 내린 지난 16일부터 지역구 구석구석을 돌며 피해 상황을 살피고, 주민들과 함께 복구활동을 펼쳤다.

청주가 지역구인 A 의원은 17일과 18일 지역구의 침수 피해 농가 주변 쓰레기를 치우고 가재도구를 정리하는 일을 도왔다.

19일에도 오전부터 동사무소로 나가 외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피해 복구작업에 나섰다.

이 의원은"상당수 도의원들은 지역에서 수해 복구 지원 등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나름대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도의원은 "대부분 도의원들이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일부 동료 의원이 유례없는 수해를 입은 상황에서 외유를 떠나 원성을 사고 있어 주민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사상 초유의 폭우에도 불구, 외유에 나선 것에 대한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지만, 19일 현재까지 도의회는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bw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