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검찰 압수수색 후 시총 1조원 증발…"저가매수 기회" vs "불확실성 여전"
‘방위산업 비리’로 3거래일 만에 시가총액이 1조원 넘게 증발했던 한국항공우주가 반등에 성공했다. 단기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본 개인투자자들의 ‘사자’ 주문이 몰린 덕분이다. 하지만 방산 비리 관련 파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떨어지는 칼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항공우주는 19일 2250원(4.69%) 오른 5만2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4일 검찰이 한국항공우주 본사를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21% 빠진 뒤 4거래일 만에 상승 반전했다. 압수수색에 이어 감사원이 이 회사가 제조하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결함을 발표하면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이 기간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최근 4거래일간 외국인은 740억원어치를 팔았고, 기관은 338억원가량을 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105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방산 비리가 불거진 뒤 증권사들이 잇따라 이 회사 목표주가를 낮춘 가운데 투자 의견은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리온 사업이 전면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최악의 경우 수리온 사업을 접어도 연간 2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가치에 비해 낙폭이 과도했던 만큼 저점 매수 시점으로 삼을 만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방산 비리 관련 수사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한데다 수리온 결함으로 향후 성장성마저 훼손된 만큼 당분간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한국항공우주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게 합리적”이라며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PT) 수주 등이 가시화될 때 다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