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체부터 플라잉카까지…글로벌 자동차시장 야금야금 삼키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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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어백·말레이시아 국민차 등
올들어 55억달러 규모 해외 M&A
당국 자본유출 단속 열 올렸지만
자동차·에너지 등 전략산업은 제외돼
"세계 자동차산업 1위로 올라설 것"
올들어 55억달러 규모 해외 M&A
당국 자본유출 단속 열 올렸지만
자동차·에너지 등 전략산업은 제외돼
"세계 자동차산업 1위로 올라설 것"
중국이 해외 자동차 제조기업과 부품업체를 야금야금 사들이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기업들은 자동차 제조·부품 분야에서 여덟 건의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지난해 전체 건수(아홉 건)에 육박한다. 투자한 금액만 55억달러(약 6조1800억원)가 넘는다. 중국은 2008년 이후 해외 자동차산업에 34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지리자동차가 선두에 서
가장 공격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선 기업은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둔 지리자동차(사진)다. 지난 5월 말레이시아 국영 자동차회사 프로톤 지분 49%와 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 로터스를 사들였다. 한때 말레이시아의 ‘국민차’로 불린 프로톤을 인수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했다.
지리자동차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카)’를 만드는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집어삼켰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엔지니어 다섯 명이 설립한 플라잉카 제조업체 테라푸지아를 인수하는 계약을 지난 2일 맺었다. 테라푸지아의 연구개발(R&D) 부문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두고, 생산공장은 중국에 건설할 계획이다.
지리차는 2010년 미국 포드자동차로부터 스웨덴 볼보를 15억달러에 인수했다. 2015년 볼보를 앞세워 미국 공장에서 자체 모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오하이오주 리지빌 지역에 5억달러를 들여 새 볼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달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자동차 에어백 제조사 일본 다카타는 15억9000만달러에 중국 닝보조이슨전자에 넘어갔다. 닝보전자는 지난해 미국 에어백 제조기업 키세이프티시스템도 손에 넣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는 지난 3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지분 5%를 샀다.
국유기업 중국화공(켐차이나)은 2015년 세계적 타이어 제조업체인 이탈리아의 피렐리를 78억6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중국 기업의 자동차 관련 해외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전략산업은 규제 안 받아
중국 정부는 자본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해외 M&A를 강력하게 규제했다. 지난달부터는 안방보험그룹, 다롄완다그룹, 푸싱그룹, 하이난항공(HNA)그룹, 로소네리그룹 등 해외에서 무차별적으로 M&A를 벌인 다섯 개 기업을 심층조사 중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비롯해 해운·에너지·중공업·철강산업은 규제 대상에서 예외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이들 기간산업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 해운회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이 홍콩 해운업체 오리엔트오버시스컨테이너라인을 인수하기로 하고, 최대 석유화학 업체인 중국화공이 세계 최대 종자기업인 스위스 신젠타를 합병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첸양 닝보전자 이사는 “중국 정부는 자동차산업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정부 지원 없이는 외국 업체를 인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집중적으로 조사받고 있는 기업은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등 주로 서비스 분야에서 M&A를 주도한 회사”라며 “기간산업은 관련 정부 부처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1위로 올라설까
컨설팅 업체 오토모티브의 마이클 던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1위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때까지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선 토종 기업의 점유율이 50%에 육박했다. 던 CEO는 중국의 전략을 바둑에 비유했다. “전략적 자산을 하나둘 손에 넣으면서 영역을 넓혀간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자동차산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로빈 주 번스타인리서치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는 대부분 글로벌 경쟁력이 뒤처진다”며 “이른 시일 내에 독일 보쉬나 일본 덴소 같은 기업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기업들은 자동차 제조·부품 분야에서 여덟 건의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지난해 전체 건수(아홉 건)에 육박한다. 투자한 금액만 55억달러(약 6조1800억원)가 넘는다. 중국은 2008년 이후 해외 자동차산업에 34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지리자동차가 선두에 서
가장 공격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선 기업은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둔 지리자동차(사진)다. 지난 5월 말레이시아 국영 자동차회사 프로톤 지분 49%와 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 로터스를 사들였다. 한때 말레이시아의 ‘국민차’로 불린 프로톤을 인수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했다.
지리자동차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카)’를 만드는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집어삼켰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엔지니어 다섯 명이 설립한 플라잉카 제조업체 테라푸지아를 인수하는 계약을 지난 2일 맺었다. 테라푸지아의 연구개발(R&D) 부문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두고, 생산공장은 중국에 건설할 계획이다.
지리차는 2010년 미국 포드자동차로부터 스웨덴 볼보를 15억달러에 인수했다. 2015년 볼보를 앞세워 미국 공장에서 자체 모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오하이오주 리지빌 지역에 5억달러를 들여 새 볼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달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자동차 에어백 제조사 일본 다카타는 15억9000만달러에 중국 닝보조이슨전자에 넘어갔다. 닝보전자는 지난해 미국 에어백 제조기업 키세이프티시스템도 손에 넣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는 지난 3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지분 5%를 샀다.
국유기업 중국화공(켐차이나)은 2015년 세계적 타이어 제조업체인 이탈리아의 피렐리를 78억6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중국 기업의 자동차 관련 해외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전략산업은 규제 안 받아
중국 정부는 자본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해외 M&A를 강력하게 규제했다. 지난달부터는 안방보험그룹, 다롄완다그룹, 푸싱그룹, 하이난항공(HNA)그룹, 로소네리그룹 등 해외에서 무차별적으로 M&A를 벌인 다섯 개 기업을 심층조사 중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비롯해 해운·에너지·중공업·철강산업은 규제 대상에서 예외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이들 기간산업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 해운회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이 홍콩 해운업체 오리엔트오버시스컨테이너라인을 인수하기로 하고, 최대 석유화학 업체인 중국화공이 세계 최대 종자기업인 스위스 신젠타를 합병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첸양 닝보전자 이사는 “중국 정부는 자동차산업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정부 지원 없이는 외국 업체를 인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집중적으로 조사받고 있는 기업은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등 주로 서비스 분야에서 M&A를 주도한 회사”라며 “기간산업은 관련 정부 부처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1위로 올라설까
컨설팅 업체 오토모티브의 마이클 던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1위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때까지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선 토종 기업의 점유율이 50%에 육박했다. 던 CEO는 중국의 전략을 바둑에 비유했다. “전략적 자산을 하나둘 손에 넣으면서 영역을 넓혀간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자동차산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로빈 주 번스타인리서치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는 대부분 글로벌 경쟁력이 뒤처진다”며 “이른 시일 내에 독일 보쉬나 일본 덴소 같은 기업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