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 대가 이태호의 붓끝서 핀 옛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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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 대가 이태호의 붓끝서 핀 옛 서울](https://img.hankyung.com/photo/201707/AA.14342543.1.jpg)
그에게 산수화는 서울의 과거를 다시 보는 창(窓)이다. 서울에 스며든 역사와 지리가 그의 산수화에서는 색채와 수묵 형태로 배어나온다. 지리학 정보, 인문학 견해, 미술사적 의미까지 그의 풍경화는 중첩된 시대정신으로 기름지다. 한 폭의 캔버스는 수십 권 책과 지도와 풍물지를 품고 있다.
22일까지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여는 그의 ‘서울 산수’전은 미술역사에 전념해온 이 교수가 옛 서울의 모습을 어떻게 복원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을 꽉 채운 30여 점의 산수화는 모두 수십 차례 현장 답사로 일군 작품이다.
이 교수는 안목이 높은 미술사가로 유명하지만 홍익대에서 그림을 전공했다. 서울여상 미술교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전남대 교수 및 박물관장,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장을 지냈다. 1977년 미술교사 시절 국전 비구상 분과 단색화 계열 작품으로 입선해 주목받았다. 겸재 정선, 지우재 정수영 등 옛 화가들의 진경 작품 현장을 찾아다녔고 글을 써온 그는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란 책으로 2011년 ‘우현학술상’을 받았다.
이 교수는 “이번 출품작은 서울의 얼굴을 그리고 쓰기 위한 시도”라고 했다. 한강의 일출을 비롯해 인왕산, 북한산, 도봉산의 풍광을 포착해 수묵 담채로 버무렸다. 한국 옛 지도의 표현 방식을 따른 서울 전경을 세세하게 잡아내 지리학적 정보를 풍경화라는 회화적 형식 속에 포함시키고자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 도성, 한강, 동호, 서호 풍경을 잡아낸 수채화도 유목민과 같은 자유로운 이동에서 얻는 ‘서울 산수’다. 수십 번 걸으며 사라지고 변화된 것들을 생각하며 그렸기 때문이다. 화가로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 그는 “서울의 역사와 미술사적 의미를 관찰해 그림에 차곡차곡 담아내고 흡수시키는 일이 흥미롭다”고 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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