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증세 공론화' 나선 당정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이행 계획에 대해 정부와 여당에서도 ‘비현실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178조원의 재원 마련 대책을 두고서다. 증세 없이 세입 확충과 세출 절감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국정기획위 공언에 다수 국무위원은 20일 “정직하지 못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증세 공론화를 제안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예 초대기업(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법인세율을 25%로 높이고, 소득세 최고세율도 40%에서 42%로 높이자고 제안했다.

국정기획위가 ‘증세 없는 공약 이행’ 의지를 밝힌 지 하루 만에 정부와 여당이 이를 뒤집고 증세 공론화를 공식화한 셈이다. 사실상 ‘부자 증세’를 염두에 둔 채 당·정·청이 교감을 갖고 증세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오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2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을 비롯한 여섯 명의 장관은 증세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장관은 “재정당국이 내놓은 재원 조달 방안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소득세율 조정 등 증세 문제를 갖고 정직하게 얘기하고 국민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새 정부 첫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추미애 대표가 증세를 제안했다. 추 대표는 “법인세를 손대지 않으면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초대기업에 대한 과표를 신설해 세율 25%를 적용하자”고 말했다. 5억원 초과 구간의 소득세율을 42%로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조만간 당·정·청 회의를 열어 증세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열/조미현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