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산하 벤처캐피털(VC)인 삼성벤처투자가 4차 산업혁명 관련 해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사물인터넷(IoT) 관련 벤처기업 지분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 반도체 핵심 소재 개발업체에도 투자했다.

20일 VC업계에 따르면 삼성벤처투자는 프랑스 가스회사 에어리퀴드 산하 VC 등 세계적인 기업벤처캐피털(CVC)들과 손잡고 미국 반도체 소재업체인 인프리아에 투자했다. VC들의 전체 투자금액은 25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인프리아는 자외선을 쬐면 특성이 변하는 소재인 포토레지스트(PR)를 만드는 회사다. PR은 반도체 소자를 소형화하는데 쓰이는 물질이다. 3D낸드플래시 메모리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앞서 2014년에도 인텔 산하 CVC인 인텔캐피털과 함께 이 회사에 투자했다.

삼성벤처투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과 ‘투자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발굴한 신기술 중 상당수는 삼성전자가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최대 케이블업체인 컴캐스트, 일본 케이블방송 사업자인 제이콤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 IoT 업체인 플룸에 약 42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규격이 다른 여러 가전제품을 와이파이로 연결하는 핵심기술을 보유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선보인 자율주행차 매립센서도 삼성벤처투자의 ‘기술 투자’를 통해 발굴했다. 지난해 델파이오토모티브, 모투스벤처스 등과 함께 투자한 미국 쿼너지의 주력 제품이 바로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라이다였다.

한 VC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대기업 산하 VC들이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투자받은 기업은 대기업의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성장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 산하 VC들의 공동투자가 업계의 주요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벤처투자는 약 9500억원을 국내외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운용자산(AUM) 규모는 약 1조9000억원이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