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지난해 1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볼 만한 게 없다"는 것이었다. 1년 넘게 고전하던 넷플릭스가 최근 국내에서 맹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입소문이 나고, 한국 드라마·예능까지 확충하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새 강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21일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넷플릭스 앱(응용프로그램)의 월 이용자수(MAU)는 11만2900명으로 지난해 7월 1만4300명에 비해 8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PC와 모바일 웹 MAU는 9만1700명에서 60만7700명으로 6배 늘어났다.

넷플릭스 이용자는 최근 몇 개월 사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2만명 안팎이던 앱 MAU는 지난 5월부터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옥자' 효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9일 옥자가 공개되기 전후로 넷플릭스에 대한 국내 관심이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프라인 상영관 수가 적어 옥자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를 찾는 신규 이용자도 많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6월 열렸던 영화 <옥자> 기자회견 (자료 한경DB)
지난 6월 열렸던 영화 <옥자> 기자회견 (자료 한경DB)
옥자가 불씨를 당긴 격이라면 화력을 키운 것은 오리지널 콘텐츠다. 그동안 국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정도만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국가와 장르의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넷플릭스는 각 진출국 현지 감독, 작가들과 오리지널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독점 공급하고 있다.

넷플릭스 코리아가 분석한 결과 옥자 공개 이후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본 콘텐츠는 '더 랜치' '빨강 머리 앤' '블랙 미러' '앱스트랙트' '워머신'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다큐멘터리,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국내 콘텐츠 중에는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을 즐겨 본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올 들어 JTBC, CJ E&M 등과 계약을 맺고 국내 예능, 드라마, 영화를 공격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 작품 수가 부족하다는 건 넷플릭스의 약점이다. 국내 경쟁 서비스인 '왓챠플레이'와 비교해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영화 수가 현저히 적다. 넷플릭스 동영상 추천 목록에는 국내 작품보다 해외 영화나 드라마가 더 쉽게 눈에 띄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는 넷플릭스보다 왓챠플레이가 더 낫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넷플릭스 화면.  /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화면. /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더 늘려 국내 시장에서 세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내년에는 김은희 작가의 사극 좀비물 '킹덤'과 웹툰 원작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을 선보일 예정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나라별 작품 수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콘텐츠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향후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의 협업과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