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벙커·유리알 그린…톱랭커들도 고개 '절레절레'
‘믿을 수가 없어!’

21일 잉글랜드 사우스포트의 로열버크데일GC(파70·7156야드). 제146회 브리티시오픈 2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이 홀아웃을 할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속 30㎞를 넘나드는 강풍과 브레이크를 알 수 없는 까다로운 그린, 수렁처럼 깊은 항아리 벙커가 홀마다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도 희생자 중 한 명. 18번 홀(파4)에서 과감하게 시도한 보기 퍼트가 홀컵을 돌아나오자 데이는 마음을 접은 듯 고개를 숙였다. 2라운드 중간합계 5오버파. 예상 커트라인이 4오버파였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데이를 비롯해 이날 다수의 챔피언이 버크데일의 숨겨진 발톱에 희생됐다. 전날 1언더파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던 데이가 이날만 6오버파를 기록하며 무너진 것을 비롯해 웰스파고챔피언십 우승자인 브라이언 하먼(미국)과 매치플레이 강자 빌 하스(미국)가 나란히 8오버파를 적어내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1월 커리어빌더챌린지 대회에서 꿈의 59타를 기록한 애덤 해드윈(캐나다)은 이날만 12오버파를 친 뒤 짐을 쌌다. 드라이버를 빼내고 아이언 티샷으로 승부수를 던졌던 지난해 준우승자 필 미켈슨(미국) 역시 이틀 동안 10오버파를 적어내며 발길을 돌렸다.

반면 첫날 1오버파를 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세계랭킹 4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사진)는 2타를 덜어내며 중간합계 1언더파로 상위권에 진입했다. 2015년 이 대회 챔피언인 잭 존슨(미국)도 정교한 아이언 샷과 퍼팅을 구사하며 4언더파를 치는 기염을 토했다. 첫날 5오버파를 쳐 예선탈락 위기에 몰렸던 그는 그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첫날 2언더파 공동 12위로 선두 경쟁을 시작한 강성훈(30)이 늦은 오후 2라운드 티오프가 예정된 가운데 김시우(22·CJ대한통운)가 첫홀(파4) 보기를 범하며 1타를 잃은 1오버파(21일 오후 11시 현재)로 둘째날을 시작했다.

첫날 5언더파 공동선두였던 조던 스피스(미국)가 첫 홀에서 한 타를 덜어내 6언더파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