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서울 여의도 MBC 사옥 개발 계획도(왼쪽)와 대상산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 조감도. 한경DB
신영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서울 여의도 MBC 사옥 개발 계획도(왼쪽)와 대상산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 조감도. 한경DB
토지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 관리까지 총괄하는 디벨로퍼가 부동산 개발 시장을 주도해가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택지지구 내 주택용지의 최대 고객이 된 데 이어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의 주체로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이 주로 아파트용지 확보에 치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디벨로퍼들은 대규모 복합개발 용지, 도시재생 부지, 상가 등 다양한 용도의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건설사가 아니라 디벨로퍼가 랜드마크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상반기 노른자위 땅 대거 확보

디벨로퍼들, 복합개발·도시재생 용지 대거 확보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디벨로퍼의 모임인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 회원사들이 상반기 LH 아파트용지와 대규모 공모사업의 낙찰자로 잇따라 선정됐다.

1세대 디벨로퍼 정춘보 회장이 이끄는 신영은 인천 가정동 도시개발사업인 루원시티의 주상복합 3블록과 서울 여의도 옛 MBC 사옥 개발사업(공모)을 따냈다. MBC 사옥 부지(1만7795㎡)는 오피스 오피스텔 상업시설 아파트 등이 들어서는 복합단지(사업비 1조2000억원대)로 개발될 예정이다.

DS네트웍스는 루원시티 주상복합 1·2블록을, JS파트너스는 루원시티 공동주택 2블록을 낙찰받았다. 인천에 연고를 둔 대상산업은 루원시티 주상복합 4블록을 차지했고 지난달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6·8공구(128만㎡) 공모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6·8공구는 문화·관광·레저·산업시설 등이 복합된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국내 최대 디벨로퍼인 엠디엠은 서울 광진구 화양동 동아자동차운전학원 부지와 삼성동 메디슨 사옥을 각각 3200억원과 1400억원대에 인수하기로 했다. 3종일반주거지인 동아차 부지는 700여 가구 규모의 중대형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GS건설과 사업을 많이 해온 화이트코리아는 연초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 주상복합 부지(메가볼시티)를 낙찰받은 데 이어 성남 고등지구 C1~3블록도 차지했다. HMG는 ‘미니 판교’로 불리는 경기 성남 대장지구에서 850여 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낙찰받았다. 더랜드도 경기 삼송지구에서 오피스텔 부지 2필지를 매입했다.

피데스개발은 경기 안양시 범계역 NC백화점 평촌점을 매입해 오피스텔 개발을 추진 중인 데 이어 최근 서울 방학동 KT빌딩도 사들였다. 강원 강릉시 경포대 인근에서 호텔 ‘스카이베이 경포’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빌더스개발은 강릉 인근에 2000여 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했다.

◆대규모 복합개발도 선도

호반 우미 중흥 등 중견 건설사는 주로 아파트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LH 아파트용지 공급이 줄어들자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디벨로퍼들은 이와 달리 주거시설에 상업시설 문화시설 레저시설 호텔 오피스 등이 결합된 다양한 복합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땅값만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두고 대형 건설사와 맞붙기도 한다. 진재근 대상산업 대표는 “디벨로퍼가 전반적인 사업의 틀을 짜고 대형 건설사와 설계업체, 금융기관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도시재생 분야에서도 디벨로퍼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명완 엠디엠플러스 대표는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로 자산을 확보한 디벨로퍼가 최근 많이 등장했다”며 “일본 도쿄의 도시재생사업처럼 국내에서도 디벨로퍼들이 낙후된 도심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