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개헌 강행 방침을 밝힌 베네수엘라에 대해 ‘경제적 조치’를 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돈줄인 석유 수입 금지 같은 강력한 경제 제재 카드를 쓸지에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은 지난 17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오른쪽)을 향해 “7월30일 제헌의회 의원 선거를 강행하면 미국은 강력하고 신속한 경제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금까지처럼 마두로 정권 고위 인사에 대한 개인 제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난 2년간 부패, 마약밀매, 돈세탁 등의 혐의로 마두로 정권 인사 10여 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지난 2월 타렉 엘 아이사미 부통령이 마약밀매를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번엔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부 장관과 사회당 2인자인 디오스다도 카베요가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돈줄을 조여 마두로 정권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페데베사(PDVSA)는 지난해 생산량의 3분의 1가량을 미국에 수출했다.

석유 수입 금지 조치는 백악관 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는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미국의 3대 원유 수입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전체 원유 수입량의 10%가량을 베네수엘라에서 조달했다. 석유 수입 금지 조치가 현실화되면 당장 발레로 셰브론 PBF 등 베네수엘라에 정유시설을 둔 미국 에너지 기업이 직격탄을 맞는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외교적인 공조를 현실적인 제재 방안으로 꼽고 있다. 크리스토퍼 사바티니 미국 컬럼비아대 남미 전문가는 “남미 12개국이 가입한 남미국가연합(UNASUR)과 미국이 함께 마두로 정권이 인권 존중을 이행하도록 정책 공조를 할 필요가 있다”며 “제재에 침묵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캐나다 콜롬비아 멕시코도 외교적인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