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픈 62타 새 역사 쓴 '어메이징 그레이스'
디오픈에서 미국프로골프(PGA) 메이저 대회 라운드 최저타수 기록이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브랜던 그레이스(29·사진)가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GC(파70·7156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8언더파 62타를 적어낸 것. 44년 만에 새로 쓴 메이저 대회 최저타 기록이다.

이전까지 PGA 메이저 대회에서의 최저타수 기록은 1973년 미국 오크몬트에서 열린 US오픈 우승자 조니 밀러가 최종 라운드에서 기록한 63타다. 이후 지난달 US오픈에서 저스틴 토머스(미국)까지 총 28명의 선수가 30번의 타이기록을 세웠다. 62타는 그레이스가 처음이다.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1980년 발투스롤 골프장에서 벌어진 US오픈 마지막 홀에서 1m도 안 되는 퍼트를 놓쳤다. 그레그 노먼(호주)은 1986년 턴베리에서 열린 디오픈 마지막 홀 7m 거리에서 3퍼트를 해 역시 62타수에 닿지 못했다. 2007년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 지난해 디오픈에서 필 미켈슨(이상 미국)이 각각 62타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실패했다.

이날 3라운드는 62타 달성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었다. 날은 따뜻하고 바람은 거의 없었다. 비바람이 불지 않으면 디오픈이 열리는 링크스 코스는 한층 공략하기 쉬워진다. 덕분에 전날 언더파가 8명밖에 없었던 로열 버크데일은 이날 선수들의 버디 폭격을 당했다. 이번 대회 파가 70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메이저 대회 31번의 63타 중 마스터스에서 나온 기록은 두 번뿐이다. 마스터스는 파72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파72에서의 10언더파 62타와 파70에서의 8언더파 62타는 확률상 다르다.

이날 그레이스는 한 번의 보기도 없이 전반 5개, 후반 3개의 버디를 쓸어 담았다. 14번홀(파3), 16번홀(파4)에서는 10m 안팎의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그는 기록 달성 순간에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18번홀을 파로 막으며 8언더파 62타를 친 그레이스는 캐디가 다가와 “역사책에 남게 됐다”고 축하를 전했을 때 영문을 몰랐다. 그는 캐디에게 “무슨 소리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레이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62타가 라운드 최저타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며 “알고 나니 알기 전보다 훨씬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레이스는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투어에서 3개 대회 연속 우승하면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5년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는 막강한 미국 팀을 상대로 5전 전승을 거뒀다. 탄도가 낮고 스트레이트 구질이어서 바람과 런이 많은 디오픈 코스에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