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FROM 100] "양질의 노인 일자리, 노동 유연성 높여 민간서 만들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FROM 100 - 새 정부에 바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고령화 정책
한국, 생산가능인구 감소세 전환…대책 없으면 성장률 0%대 '추락'
실버칼라 노동시장 남을 수 있게 환경 조성해야 지속적 성장 가능
최저임금 인상·정규직화 정책 등 노인 일자리 창출에는 '걸림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고령화 정책
한국, 생산가능인구 감소세 전환…대책 없으면 성장률 0%대 '추락'
실버칼라 노동시장 남을 수 있게 환경 조성해야 지속적 성장 가능
최저임금 인상·정규직화 정책 등 노인 일자리 창출에는 '걸림돌'
“실버칼라(고학력 노인)가 더 오랜 기간 노동시장에 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임재영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1차원적인 복지가 아닌 직무 중심의 시장형 노인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 등으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생산성 높은 공공 부문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민간엔 관련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 활동 인구는 줄고 노인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수급 측면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는 노인 일자리 분석과 개발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중견 학자와 신(新)산업 전문가가 주축이 돼 설립한 민간 싱크탱크 FROM 100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한국생산성본부 대강당에서 연 ‘새 정부의 정책 과제’ 토론회에선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새 정부의 노인 일자리 정책에 대한 제언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올해부터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는데 고령화사회를 대비한 경제 체질 개선 움직임은 첫발조차 떼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등산족 전락…공익 활동에만 70% 집중”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지난해 말 기준)이 13.2%로 유엔이 정한 고령화사회(7% 이상)로 분류된다.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20%)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미 지방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속도도 빨라 2060년이면 노인 비율이 일본을 앞질러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유엔은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고령화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안에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늙어가는 한국’의 급격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을 장기적인 대책은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문재인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를 현재 43만 개에서 2022년까지 80만 개로 확대키로 했지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하지 않아 노인 일자리 유형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강규성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센터장은 “40~50대 연령층이 노동시장에서 은퇴한 후 대개 경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자리로 이동하거나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등산족(族)’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청년 일자리와 성격이 다른 노인 일자리의 양과 질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인 일자리 정책은 성장·교육·복지·재정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문제인데 정부는 근시안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 일자리 유형을 보면 어린이 등·하굣길 안전 지킴이와 동네 안전 지킴이 등 공익 활동에 전체의 70% 가까이(2016년 기준) 집중돼 있다.
“유연한 노동 환경 선행돼야”
민간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허석균 중앙대 경영대 교수는 “일본 정부는 노인들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곳에서 일하고 기업들이 이런 노인들을 지속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유연한 노동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가장 위협 받는 일자리는 주차·경비·청소·안내 등 단순 노무직이다. 노인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반면 자유로운 시간 활용이 노인의 최대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근로 기준이나 근로 조건에 일부 부합하지 않더라도 새로 창출할 수 있는 민간 부문 노인 일자리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공공인력 파견회사 설립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일종의 노인 헤드헌팅 사업 모델을 도입해 세분화된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용역회사들이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최대 30%까지 받고 있다”며 “각 노인의 능력과 기업 수요를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정부 노동 개혁, 고령화 시대에 역행”
무엇보다 지금 시점에서 노인 일자리 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 많았다. 노후 소득 보장 기능 강화에 방점을 둔 정책과 여가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 정책을 구분해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서현 법무법인 비전인터내셔널 변호사는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폭을 넓히기 위해 산재돼 있는 각종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고 부처 간 사업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인 일자리 문제를 전담하는 컨트롤타워도 고민할 시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새 정부의 노동 개혁안이 노인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은 “선진국은 노동 유연성을 강화해 정년을 없애고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보장하는 추세”라며 “새 정부 정책을 보면 시대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 FROM 100은
한국 대표 지식인 100명으로 구성된 민간 싱크탱크다. FROM 100은 미래(future), 위험(risk), 기회(opportunity), 행동(movement)의 머리글자에 100인으로 구성됐다는 의미의 숫자 100을 붙였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 주도로 2016년 10월 출범했다. 연구력이 왕성한 중견 학자와 신(新)산업 부문 젊은 지식인이 주축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1차원적인 복지가 아닌 직무 중심의 시장형 노인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 등으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생산성 높은 공공 부문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민간엔 관련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 활동 인구는 줄고 노인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수급 측면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는 노인 일자리 분석과 개발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중견 학자와 신(新)산업 전문가가 주축이 돼 설립한 민간 싱크탱크 FROM 100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한국생산성본부 대강당에서 연 ‘새 정부의 정책 과제’ 토론회에선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새 정부의 노인 일자리 정책에 대한 제언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올해부터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는데 고령화사회를 대비한 경제 체질 개선 움직임은 첫발조차 떼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등산족 전락…공익 활동에만 70% 집중”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지난해 말 기준)이 13.2%로 유엔이 정한 고령화사회(7% 이상)로 분류된다.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20%)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미 지방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속도도 빨라 2060년이면 노인 비율이 일본을 앞질러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유엔은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고령화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안에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늙어가는 한국’의 급격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을 장기적인 대책은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문재인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를 현재 43만 개에서 2022년까지 80만 개로 확대키로 했지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하지 않아 노인 일자리 유형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강규성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센터장은 “40~50대 연령층이 노동시장에서 은퇴한 후 대개 경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자리로 이동하거나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등산족(族)’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청년 일자리와 성격이 다른 노인 일자리의 양과 질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인 일자리 정책은 성장·교육·복지·재정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문제인데 정부는 근시안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 일자리 유형을 보면 어린이 등·하굣길 안전 지킴이와 동네 안전 지킴이 등 공익 활동에 전체의 70% 가까이(2016년 기준) 집중돼 있다.
“유연한 노동 환경 선행돼야”
민간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허석균 중앙대 경영대 교수는 “일본 정부는 노인들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곳에서 일하고 기업들이 이런 노인들을 지속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유연한 노동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가장 위협 받는 일자리는 주차·경비·청소·안내 등 단순 노무직이다. 노인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반면 자유로운 시간 활용이 노인의 최대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근로 기준이나 근로 조건에 일부 부합하지 않더라도 새로 창출할 수 있는 민간 부문 노인 일자리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공공인력 파견회사 설립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일종의 노인 헤드헌팅 사업 모델을 도입해 세분화된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용역회사들이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최대 30%까지 받고 있다”며 “각 노인의 능력과 기업 수요를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정부 노동 개혁, 고령화 시대에 역행”
무엇보다 지금 시점에서 노인 일자리 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 많았다. 노후 소득 보장 기능 강화에 방점을 둔 정책과 여가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 정책을 구분해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서현 법무법인 비전인터내셔널 변호사는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폭을 넓히기 위해 산재돼 있는 각종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고 부처 간 사업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인 일자리 문제를 전담하는 컨트롤타워도 고민할 시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새 정부의 노동 개혁안이 노인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은 “선진국은 노동 유연성을 강화해 정년을 없애고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보장하는 추세”라며 “새 정부 정책을 보면 시대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 FROM 100은
한국 대표 지식인 100명으로 구성된 민간 싱크탱크다. FROM 100은 미래(future), 위험(risk), 기회(opportunity), 행동(movement)의 머리글자에 100인으로 구성됐다는 의미의 숫자 100을 붙였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 주도로 2016년 10월 출범했다. 연구력이 왕성한 중견 학자와 신(新)산업 부문 젊은 지식인이 주축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