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꺾은 AI 헬스케어 스타트업 '루닛'…"올 하반기 임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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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동아리 친구 6명이 창업을 목적으로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서 이미지 인식 기술과 딥러닝 기술을 창업 아이템으로 잡았다. 괜찮은 기술을 개발할 때까지 각자 연구실에서 연구만 했다.
드디어 2013년 창업을 위해 모인 6명의 친구들이 뭉쳐 헬스케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엑스레이 등의 의료 영상을 보고 폐결핵, 폐암, 유방암 등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지난해 의료영상처리학회(MICCAI)가 개최한 이미지인식 경연대회에서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IT(정보기술) 거인들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꼽은 세계 100대 AI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AI 헬스케어 스타트업 루닛 이야기다.
27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백승욱 루닛 대표는 “AI를 통해 의료 영상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AI만이 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낼 것”이라며 “올 하반기 중에 엑스레이 영상을 보고 폐암을 진단하는 서비스의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AI 헬스케어 대표주자
2013년 설립된 루닛은 엑스레이와 유방촬영술 등의 의료 진단영상을 분석해 폐암, 폐결핵, 유방암, 기흉 등을 진단하는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진단 데이터 등을 딥러닝을 통해 AI가 배우고, 이를 토대로 환자의 의료 진단영상을 분석하고 질병을 진단한다. 정확도는 85~90%에 이른다. 기존 의사들의 진단 정확도가 70~8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이미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올해 CB인사이트가 세계 100대 AI 기업으로 루닛을 선정했다. 지난해에는 유방암 환자의 진단영상을 분석해 종양 확산 정도를 맞히는 경연대회인 'TPAC 2016'에서 1등을 차지했다. 구글, IBM 등을 이겨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케이큐브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인터베스트 등에서 58억원의 투자금도 유치했다.
루닛이 처음부터 헬스케어 AI를 개발한 것은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옷, 구두, 가방 등을 사진으로 찍으면 비슷한 제품과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사람마다 비슷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달랐고, AI의 정확도가 사람을 따라가지 못했다. 다른 사업분야를 찾기 시작했고 결국 고민 끝에 의료분야를 선택했다.
백 대표는 “의료 영상진단은 인간도 20%의 오차를 내는 영역”이라며 “ AI를 활용해 오차를 절반 정도로만 줄여도 시장 가치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막상 의료 분야를 공략하기로 했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AI가 딥러닝을 하기 위해서는 의료 영상진단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전자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마친 공학도 출신의 백 대표는 막막하기만 했다.
그는 일단 의료 학회를 모두 쫓아다녔다. 학회 발표를 듣고 의사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켜 루닛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발로 뛰어다닌 끝에 조금씩 병원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루닛은 현재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경희의료원 등 대학병원들과 협력해 기술을 연구 중이다.
2014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영상진단 AI 개발을 시작했다. 폐암 등 질병 하나를 분석하는 데 10만건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우선 상용화보다 학회에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백 대표는 “무작정 상용화 하기보다는 논문을 통해 학계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의사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루닛의 제품이 실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닛은 미국 유수의 병원들과 협업해 지난해 국제 영상의학회인 북미영상의학회에서 4편의 연구 초록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 임상시작
루닛은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페암을 진단하는 서비스의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임상시험을 설계 중이다. 의료 진단영상 데이터를 의사 혼자 진단했을 때와 루닛의 서비스를 함께 사용했을 때의 정확도 등을 비교할 계획이다.
올해 내에 임상시험이 끝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판매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유럽인증(CE)의 판매허가를 받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백 대표는 “미국 등 주요 시장은 병원들과 협력해 논문을 발표하는 등 조금씩 스며드는 전략을 펼 것”이라며 “우선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위주로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닛은 최근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통해 진단하는 기술 개발도 시작했다. 앞으로는 진단 뿐 아니라 치료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백 대표는 “의학 영역에서 AI만이 할 수 있는 영역들을 계속해서 찾아 나갈 것”이라며 “인간이 완전하게 할 수 없는 부분을 도와 언젠가 의학적으로도 AI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이 나오는 게 꿈”이라고 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드디어 2013년 창업을 위해 모인 6명의 친구들이 뭉쳐 헬스케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엑스레이 등의 의료 영상을 보고 폐결핵, 폐암, 유방암 등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지난해 의료영상처리학회(MICCAI)가 개최한 이미지인식 경연대회에서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IT(정보기술) 거인들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꼽은 세계 100대 AI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AI 헬스케어 스타트업 루닛 이야기다.
27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백승욱 루닛 대표는 “AI를 통해 의료 영상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AI만이 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낼 것”이라며 “올 하반기 중에 엑스레이 영상을 보고 폐암을 진단하는 서비스의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AI 헬스케어 대표주자
2013년 설립된 루닛은 엑스레이와 유방촬영술 등의 의료 진단영상을 분석해 폐암, 폐결핵, 유방암, 기흉 등을 진단하는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진단 데이터 등을 딥러닝을 통해 AI가 배우고, 이를 토대로 환자의 의료 진단영상을 분석하고 질병을 진단한다. 정확도는 85~90%에 이른다. 기존 의사들의 진단 정확도가 70~8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이미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올해 CB인사이트가 세계 100대 AI 기업으로 루닛을 선정했다. 지난해에는 유방암 환자의 진단영상을 분석해 종양 확산 정도를 맞히는 경연대회인 'TPAC 2016'에서 1등을 차지했다. 구글, IBM 등을 이겨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케이큐브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인터베스트 등에서 58억원의 투자금도 유치했다.
루닛이 처음부터 헬스케어 AI를 개발한 것은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옷, 구두, 가방 등을 사진으로 찍으면 비슷한 제품과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사람마다 비슷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달랐고, AI의 정확도가 사람을 따라가지 못했다. 다른 사업분야를 찾기 시작했고 결국 고민 끝에 의료분야를 선택했다.
백 대표는 “의료 영상진단은 인간도 20%의 오차를 내는 영역”이라며 “ AI를 활용해 오차를 절반 정도로만 줄여도 시장 가치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막상 의료 분야를 공략하기로 했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AI가 딥러닝을 하기 위해서는 의료 영상진단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전자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마친 공학도 출신의 백 대표는 막막하기만 했다.
그는 일단 의료 학회를 모두 쫓아다녔다. 학회 발표를 듣고 의사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켜 루닛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발로 뛰어다닌 끝에 조금씩 병원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루닛은 현재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경희의료원 등 대학병원들과 협력해 기술을 연구 중이다.
2014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영상진단 AI 개발을 시작했다. 폐암 등 질병 하나를 분석하는 데 10만건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우선 상용화보다 학회에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백 대표는 “무작정 상용화 하기보다는 논문을 통해 학계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의사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루닛의 제품이 실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닛은 미국 유수의 병원들과 협업해 지난해 국제 영상의학회인 북미영상의학회에서 4편의 연구 초록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 임상시작
루닛은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페암을 진단하는 서비스의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임상시험을 설계 중이다. 의료 진단영상 데이터를 의사 혼자 진단했을 때와 루닛의 서비스를 함께 사용했을 때의 정확도 등을 비교할 계획이다.
올해 내에 임상시험이 끝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판매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유럽인증(CE)의 판매허가를 받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백 대표는 “미국 등 주요 시장은 병원들과 협력해 논문을 발표하는 등 조금씩 스며드는 전략을 펼 것”이라며 “우선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위주로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닛은 최근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통해 진단하는 기술 개발도 시작했다. 앞으로는 진단 뿐 아니라 치료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백 대표는 “의학 영역에서 AI만이 할 수 있는 영역들을 계속해서 찾아 나갈 것”이라며 “인간이 완전하게 할 수 없는 부분을 도와 언젠가 의학적으로도 AI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이 나오는 게 꿈”이라고 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