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관리 '부문' 없애 빠른 의사결정
"부문간 벽 허물어 시너지 내자"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이사로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맡아
이번 조직 개편은 지주사인 AK홀딩스와 계열사들의 중간 관리 역할을 하던 3개 부문을 없애 의사결정 시간을 줄이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각 부문에 속한 계열사 대표들이 부문장(화학부문은 공석)에게 보고하고, 그 결과가 경영을 총괄하는 채형석 AK홀딩스 총괄부회장에게 보고되는 방식이었다. 의사결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계열사별 시너지를 내는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다는 판단에 따라 조직 개편을 했다는 설명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애경산업의 매출 규모가 커진 데다 유통, 화학 등 각 사업마다 책임경영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려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애경그룹은 오너 일가 부회장들에게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를 맡겼다. 기존 계열사의 대표이사 사장들과 각자대표 체제다. 생활항공부문장으로서 제주항공과 애경산업을 총괄했던 안 부회장은 제주항공 경영에만 전념하게 된다. 지난해 7476억원의 매출을 올린 제주항공은 올해 9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 ‘매출 1조 클럽’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집중적으로 사업을 더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한 상장사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7.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다른 계열사보다 높은 편이다.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AK백화점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애경산업 대표이사를 맡는 채 부회장은 그동안 유통에서만 경력을 쌓아왔다. 1991년 당시 애경유지공업(AK플라자 구로점) 이사로 유통에 발을 담근 채 부회장은 1993년 AK백화점 1호점인 구로점을 짓는 일을 맡아 했다. 유통에서 상무, 전무 사장을 거쳐 유통부동산부문장까지 올랐다. 이번에 애경산업을 맡는 것은 생활용품, 화장품을 만드는 애경산업에서 제조업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게 좋겠다고 그룹에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채동석 부회장에게 더 늦기 전에 제조업에서도 경험을 쌓으라고 기회를 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애경산업은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채동석 부회장에게 기업의 체질 개선 등 상장 전후의 중요한 업무를 맡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경그룹은 이 같은 내용의 조직 개편을 지난 21일 사장단 워크숍에서 처음 발표했다. 현장에 있던 한 임원은 “채 총괄부회장 등이 워크숍에서 ‘백화점을 보유한 항공사도, 항공사를 보유한 백화점도 우리나라에 애경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AK백화점과 제주항공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