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대학입시 전형료 회계관리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교육부에 권고했다. 대입전형 유형별 표준원가 계산, 대입 전형료 예산편성 기준 공개 등을 통해 올해 수시모집부터 전형료를 실제 필요한 최소 경비 위주로 개선하라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대학입시부터 전형료를 인하할 것을 지시하고, 교육부가 공인회계사 등이 참여하는 기구에서 원가를 산정한 뒤 기준가를 제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권익위원회까지 전형료 문제에 가세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사공’이 늘어난 모습이다.

권익위는 4월부터 전형료 실태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그런 식으로 관여하기 시작하면 다루지 못할 분야가 없다. 전형료는 물론이고 등록금, 통신비 등 가격 논란이 벌어지는 곳마다 모두 표준원가를 계산하라고 권고할 참인가. 정부가 모든 분야에서 원가 공개를 압박해 가격을 통제한다면 시장경제는 더 이상 설 땅이 없다.

전형료를 둘러싼 권익위의 인식과 처방도 그런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 권익위는 12개 전형료 지출항목이 고등교육법에 따라 교육부령으로 규정돼 있지만 세부적인 지출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대학이 명확한 산정 근거도 없이 높은 전형료를 책정해왔다고 지적한다. 물론 일부 대학의 과도한 전형료 인상이 비판받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대학의 전형별 차이를 무시한 채 정부가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 전형료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컨대 전형료 수입으로 이뤄지는 대학의 입시설명회 등이 위축되면 학생과 학부모는 더 불안해지고 그 틈바구니를 사교육이 파고들지 말란 법도 없다.

권익위는 대학마다 전형료가 천차만별인 점도 문제라고 하지만, 대학별 전형방법이 복잡다기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면접만 하더라도 면접 실시 여부, 면접 형태, 면접 횟수 등이 대학마다 다 다르지 않은가. 등록금에 이어 전형료까지 하나하나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대학 자율성 확대와도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