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24일 연방정부 공무원의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전격 발표했다. 테메르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법안 제정에 앞서 사전 조정작업의 하나로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노동개혁법안을 처리한 테메르 대통령은 오는 8월 말께 정부와 민간을 아우르는 연금개혁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어 조세개혁법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부패 스캔들로 검찰 조사를 받고, 탄핵 압박까지 받고 있는 그가 주요 개혁을 통해 브라질 경제를 부활시킬지 관심이 쏠린다.
"경제 먼저 살려라"…브라질, 탄핵 정국에도 연금·노동개혁 가속도
◆연금 지출 비중 그리스보다 높아

브라질은 ‘연금 천국’으로 불린다. 정부와 민간의 연금 지출액이 한 해 예산의 3분의 1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무원 연금 지출 비중이 그리스보다 높다. 세계은행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급속한 고령화도 브라질에는 큰 변수”라며 “GDP 대비 총연금 지출 비중이 3.7%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부문에선 65세 이상이 정년이지만 대부분 기업은 54세에 퇴직하더라도 100% 가까운 연금을 지급한다. 45세 이상 중 10%가 연금 소득자라는 통계도 있다. 농민과 빈곤계층에도 연금 혜택이 돌아간다.

테메르 정부의 연금개혁법안은 당장 연금 수령이 가능한 최저 은퇴 연령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그 이전에는 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민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인 사회복지부담금 의무 납부 기간도 현행 15년에서 25년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법안은 기업 노조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하지만 테메르 대통령은 “다시 경제 성장으로 가는 개혁”이라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노동법도 74년 만에 손질

테메르 대통령이 마련한 노동개혁법안은 지난 3월 말 하원, 지난 12일 상원을 통과했으며 오는 12월 발효된다.

브라질이 ‘세계에서 노동자를 가장 잘 보호하는 법’이라고 자랑해온 브라질 노동법은 1943년 이후 한 번도 수정되지 않았다. 근로시간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인사평가에 기반한 성과연봉제는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브라질은 이 때문에 세계 138개국 중 117번째로 노동효율성이 낮은 국가(세계경제포럼 조사)로 꼽혔다. 노조도 강성이다. 브라질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액(그린필드형 투자)이 지난해 267억달러로 2009년 대비 60% 감소한 주된 배경이다. 남미의 자동차 생산 강국이라는 자리도 멕시코에 넘겨줬다.

테메르 정부는 74년 만에 메스를 댔다. 노동 관련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유료화하고, 노조 회비 의무납부를 폐지해 노동기득권을 약화시켰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생산성에 기반해 임금인상 교섭을 하도록 했다. 하루 8시간 노동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는 등 노동유연성도 대폭 높였다. 브라질 의회는 노조 반발을 무릅쓰고 테메르의 노동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개혁 성패는 아직 미지수

국제통화기금(IMF)은 4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브라질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2%에서 0.3%로 상향 조정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2%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올해 성장률을 0.5%로 내다봤다. 2015년 -3.8%, 2016년 -3.6%를 기록한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시장은 테메르 정부의 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테메르 대통령 자신이다. 그는 아직 부패 스캔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방하원은 다음달 2일 전체회의를 열어 테메르 대통령 기소 안건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노조 반발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IMF는 브라질 경제의 향방에 따라 남미 경제가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선 “테메르 대통령이 중도 하차하더라도 그의 거침 없는 개혁 의지는 다음 정부에서 이어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