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량 렌트비 현실화 등으로 손해율 개선에 인하 여력 생겨
'생색내기'하던 보험사들, 정부 '지켜보겠다'하자 인하 동참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분야에서 '백기 투항'을 했다.

정부가 보험료를 '손볼' 조짐을 보이자 일단 인하 여력이 있는 자동차보험료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이 다음 달 21일부터 계약이 발표되는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를 1.5% 내리기로 했다.

업무용 차량은 다음 달 26일부터 1.6% 인하한다.

동부화재가 대형 손보사 가운데 처음으로 자동차보험 인하 계획을 발표한 17일 이후 열흘도 안 돼 내로라하는 손보사들이 인하행렬에 동참했다.

개인용 차량을 기준으로 삼성화재가 인하율이 1.6%로 가장 높고, 현대해상과 KB손보가 각각 1.5%다.

동부화재는 0.8%로 가장 낮았다.

대형 손보사들은 하나같이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개선되고 향후 손해율 추이도 좋을 것으로 예상돼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서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가리킨다.

지난해 외제차량 렌트비 현실화, 경미 손상 수리비 지급기준 신설 등의 제도개선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연초부터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개선됐다.

보험사들은 그러나 보험료 인하에 나서는 대신 마일리지 특약의 혜택을 늘리는 것으로 '생색'을 냈다.

향후에도 손해율 개선 추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이유를 들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입장이 돌아선 것은 새 정부의 보험료 인하 방침에 '코드 맞추기'를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건강보험의 급여 확대를 추진하면서 누린 보험업계의 반사이익만큼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자동차보험 역시 합리적으로 책정되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KB손해보험의 인하 조치로 자동차보험 인하행렬은 끝날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뿐 아니라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악사손해보험, 더케이손해보험 등 중소형사도 올해 들어 자동차보험료를 내렸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하 계획을 밝히지 못하는 손보사는 여전히 손해율이 좋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내렸으나 이 분위기가 실손보험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자동차보험은 당초 인하 계획이 있어 내린 것이고 실손보험은 적자 규모가 커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