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북한 억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서빙라이프 대표 "북한주민 구출 모금사이트 열 것"
‘북한에 최장 기간 억류됐던 미국인.’ 케네스 배(배준호·49·사진)를 소개할 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다. 국가전복죄로 체포돼 15년 노동교화형을 받고 복역하다 735일 만에 북한에서 풀려난 그의 이력 때문이다. 2014년 11월 자유를 찾은 그에겐 최근 또 다른 수식어가 추가됐다. 자칭 타칭 ‘북한 인권 전도사’다.

배씨는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통일이 될 때까지 한국에 살면서 탈북자를 돕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에 억류돼 있는 동안 북한 사람들의 처참한 삶을 목격하면서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한국에 정착한 배씨는 지난 3월부터 북한 인권운동단체인 서빙라이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가 이번에 미국을 방문한 것도 비영리기구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과 글로벌피스재단, 원코리아포럼이 공동주최한 ‘원코리아 국제연대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배씨는 탈북을 원하는 북한 주민을 구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5~6월에 7명의 탈북을 도왔고 올해 안에 30명을 구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북한 주민 구출을 위한 모금 운동도 계획하고 있다. 배씨는 “대략 200만원이면 북한 주민 한 명에게 자유를 찾아줄 수 있다”며 “본격적인 모금을 위한 웹사이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개신교 전도사인 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 캠페인도 펼칠 예정이다. 100만 명의 서명과 기부를 받아 성경 100만 권을 마련해 북한이 개방되면 주민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북한 주민에게 바깥세상 소식을 알리기 위해 대북 방송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미 외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배씨는 “오토 웜비어가 사망한 이후 미국 정부 관계자는 물론 시민들까지도 북한을 ‘악마(evil)’라고 표현할 정도로 북한에 대한 인식이 악화됐다”며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북한에 군사회담을 요청한 건 미국 분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오토 웜비어는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돼 지난달 숨진 미국인이다.

배씨는 재미 선교단체 소속으로 2010년부터 중국 단둥에서 북한 관광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기독교인 관광객을 인솔해 18차례 방북했다. 2012년 11월3일 북한 세관을 통과할 때 북한 다큐멘터리 영상 파일이 담긴 외장 하드디스크가 발견돼 북한에 억류됐다.

워싱턴=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