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수십만명 '대부업 빚' 탕감…도덕적 해이 논란 가열
정부는 대부업체가 보유 중인 장기·소액 연체채권을 사들여 소각하는 방안을 다음달 내놓기로 했다. 서민·취약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해 ‘빚 탕감’ 범위를 국민행복기금과 금융공기업에 이어 민간 금융회사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빚 탕감 대상자가 사상 최대인 1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대부업체 연체채권도 탕감

금융위, 수십만명 '대부업 빚' 탕감…도덕적 해이 논란 가열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은 26일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국민행복기금, 금융공기업 외에 대부업체가 보유한 장기·소액 연체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을 8월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아직 정확한 대상자나 규모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좀 더 많은 연체채권을 소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대부업체는 8600여 곳, 대부자산은 14조6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은 2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장기연체자 수는 수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업 연체채권을 소각하려면 정부 예산을 투입해 사들여야 한다”며 “얼마나 많은 예산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빚 탕감 기준과 대상자를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대부업체는 은행,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액면가의 3~7% 가격에 연체채권을 사들인다. 탕감 대상을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채권으로 정할 경우 연체채권 매입에 필요한 재원은 600억~14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상 최대 ‘빚 탕감’ 정책 나오나

정부가 빚 탕감 범위를 대부업체로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다음달에 나올 장기연체채권 소각 규모가 사상 최대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미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을 상환능력심사를 거쳐 탕감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상자는 약 40만3000명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최근 내놓은 국정개혁 100대 과제를 통해 ‘주요 금융공기업의 장기연체채권도 탕감한다’고 밝혔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8개 금융공기업이 보유한 장기연체채권(15년 이상 연체)은 올해 3월 말 기준 21조7000여억원, 채무자 수는 28만1400여 명에 달한다. 이것만 해도 빚 탕감을 받게 될 채무자가 70만 명에 육박한다. 대부업체 연체 채무자를 포함할 경우 빚 탕감 수혜자가 100만 명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 위원장은 “(빚 탕감과 관련해) 많은 분들이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상환 능력을 엄정히 평가해 추진하겠다”면서도 “누가 상환능력이 없는지를 젓가락으로 생선 살 발라내듯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내에서도 “대부업체 연체자들 사이에서 왜 내 빚은 탕감해주지 않느냐는 불만이 쏟아질 것” 등의 우려가 나온다. 대부업체도 발끈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장기연체채권도 엄연한 대부업체의 재산”이라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생각이 퍼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신용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명/김순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