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외교 수장 회동할까
이용호 북한 외무상(사진)이 다음달 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주최 측에 통보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또는 북한과 미국 외교 수장 간 만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에 이 외무상의 ARF 참석 의사를 알리고 등록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희철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외무성 대표단이 25일 평양을 떠난 것도 이 외무상의 ARF 참석을 위해 필리핀 측과 외교적 조율을 하려는 것으로 외교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ARF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 외무상이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북·미 접촉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강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ARF에서 이 외무상과의 회동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ARF는 북한이 거의 유일하게 참여하는 다자안보협의체로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참가한다. 지난해 ARF에서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만찬장에서 이 외무상과 마주쳤지만 간단한 인사만 나눴다. 대북 제재 국면이어서 북측과의 대화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올해는 강 장관이 ARF에서 이 외무상을 만나 대북 압박 속에서도 대화 기조를 유지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