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거미줄 규제' 걷어야 핀테크 경쟁력 살린다
최근 중국의 모바일금융과 핀테크산업 현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비약적인 발전 속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KPMG가 발표한 ‘2016 세계 핀테크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50대 핀테크기업에 중국 기업이 8개 올라 4개의 영국을 제치고 18개의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상위 5대 핀테크기업 중에는 중국이 세계 1위 앤트파이낸셜을 포함해 4개를 헤아릴 정도다.

중국인 대다수는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위챗의 QR코드를 이용해 편리하게 결제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현금은 물론 신용카드도 필요없는 시대로 진입했다. 이를 발전시켜 자전거에도 QR코드를 부착해 모바일폰을 자전거 QR코드에 갖다대면 자전거가 소비자를 인식해 사용 후 중국 전역에 있는 자전거주차장 어디에든지 가져다 놓기만 하면 결제가 된다. 이런 결제시스템은 앞으로 여러 곳에 응용돼 공유경제의 확산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앤트파이낸셜은 알리바바그룹의 금융지주회사다. 알리바바그룹은 마윈이 1999년 전자상거래 회사를 설립하면서 출범했다. 2004년 지급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설립하고 2014년 9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해 당시 약 230조원에 이르는 중국 최고의 갑부로 등장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창업 15년 만의 일이었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현재 3140억달러(약 362조원)로 삼성전자 시가총액 330조원을 앞지르고 있다. 성공적인 알리페이를 모태로 2014년 10월에 금융지주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을 설립했다. 자회사로는 알리페이를 비롯해 2015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 마이뱅크,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회사 위어바오, 인공지능보험 출자회사 중안보험 등 모바일금융과 핀테크 회사들을 문어발식으로 거느린 거대 모바일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은 고객이 비(非)대면으로 대출을 신청하면 약 10만 개의 방대한 빅데이터 기반 신용분석시스템을 이용해 3분 내 대출여부와 금리수준을 결정해 통보하고 1분 내 대출을 실행한다. 그러면서도 인공지능 딥러닝을 이용한 리스크관리시스템을 가동해 부도율을 2.4%의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자상거래를 하면서 축적된 데이터는 물론 경찰청 등 정부와 공공기관 통계도 사용하는 등 방대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 기반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중국은 전자상거래기업이라는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을 허용하고 있는 데다 예금, 대출, 자산관리, 보험, 신용분석 등 필요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문어발 금융을 허용해 핀테크 기업들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앤트파이낸셜의 마이뱅크는 영업시작 1년 만에 누적 대출금액이 492억위안(약 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P2P(peer to peer: 개인 대 개인) 대출과 크라우드 펀딩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2014년 설립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개발기업인 온체인(Onchain)이 발행하는 가상화폐 앤트셰어(Antshares)는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핀테크산업이 이처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데는 금지하는 것만 정하고 나머지는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중요한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인데 그나마 갖은 규제가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출범 후 돌풍을 일으켰던 K뱅크는 3개월 만에 은산분리 규제에 묶여 추가 자본출자가 안 되면서 자본금 부족으로 직장인 신용대출을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금 추가출자가 안 되면 건전성규제 때문에 대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핀테크 기업들의 외화이체도 허용됐으므로 한국이 계속 규제만 하면 중국 모바일금융 핀테크산업에 금융시장의 안방마저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다. 서둘러 관련 규제를 풀어 우리 핀테크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할 때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