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옥 전방 회장 "근로시간 단축까지 하면 공장 모두 닫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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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64년 섬유 기업인의 격정 토로
어떤 어려움에도 해고 없었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더는 못버텨
최저임금 16.4% 오르면 인건비 연간 25억 더 들어가
감원 없이는 생존 힘들어…일본 합작사도 생산물량 끊어
직원 야근·주말근무 시켜도
내가 범법자 되는데 어떻게 공장 계속하겠나
64년 섬유 기업인의 격정 토로
어떤 어려움에도 해고 없었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더는 못버텨
최저임금 16.4% 오르면 인건비 연간 25억 더 들어가
감원 없이는 생존 힘들어…일본 합작사도 생산물량 끊어
직원 야근·주말근무 시켜도
내가 범법자 되는데 어떻게 공장 계속하겠나
“근로시간 단축까지 시행되면 6개 공장을 모두 폐쇄할 계획입니다. 직원이 원해서 주말 근무를 하면 저는 범법자가 돼버립니다. 어떻게 공장을 운영하겠습니까.”
‘64년 섬유 외길’ 전방(옛 전남방직)의 조규옥 회장(71)은 27일 서울 충정로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죽더라도 같이 가자’며 함께한 직원들을 내 손으로 내쳐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방은 1935년 광주에서 가네보방적으로 시작한 국내 대표 섬유기업이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16.4% 오르는 것으로 결정되자 국내 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고 600여 명을 감원하는 방안을 노조와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끝이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 전방의 경영 환경을 옥죄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법정 근로시간까지 줄어들면 도저히 견뎌낼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면 줄어든 나머지 시간에 일할 근로자를 더 뽑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것이다. “주말 근무, 야근을 해서라도 등록금을 벌고 아이들 결혼자금을 대려는 주부가 대부분입니다. 법정 근로시간을 줄이면 당장 이들이 손에 쥐는 월급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조 회장은 ‘일자리’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2001년 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기울어가는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간부들을 구조조정했다. 하지만 공장 직원은 단 한 사람도 해고하지 않았다. 불안해하는 직원들을 위해 노조 대의원 회의에 참석해 “앞으로 우리 회사는 정년이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전방 직원의 80%는 주부 사원이다. 60대도 많다. 집에 사정이 있어 한 달간 쉬겠다고 해도 대부분 들어주는 편이다. 출근하지 않아도 기본급은 모두 준다.
전방은 국내 섬유기업들이 값싼 인건비를 활용하기 위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때도 꿋꿋이 국내 생산 원칙을 지켰다. 1996년 인도에 6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공장 설비도 정부의 ‘유턴 정책’에 맞춰 포기하고 국내로 생산 물량을 돌렸다. 조 회장은 “인도에 있던 공장을 포기하고 국내로 생산 물량을 돌리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표지를 붙이고 국내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국가 명예’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모두 의미 없는 일이 돼 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직원들을 생각하는 그의 각별한 마음은 근로자도 잘 안다. 2011년 공장 자동화로 어쩔 수 없이 250명을 감축하기로 노조와 합의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전방 교육관리실장으로 근무하던 아들을 사고로 잃었다. 임원들만 추모식에 참석하기로 하자 직원이 몰려왔다. 조문을 해야겠으니 허락해달라는 것이었다. 철야 작업을 끝낸 주부들의 조문 행렬이 줄을 이었다. “저런 직원들을 차마 어떻게 내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인원 감축 계획을 철회했다.
경영난으로 인한 적자 규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125억원의 적자를 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방이 50% 지분을 투자해 일본 섬유업체 군제 등과 함께 설립한 속옷 생산업체 전방군제도 지난 4월 일본 측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청산하고 철수했다. 조 회장은 “일본까지 쫓아가 설득했지만 ‘한국의 최저임금이 10% 이상 올라갈 것 같다’며 냉정하게 떠났다”며 “당시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지금쯤 ‘철수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결정되자 버틸 여력이 없어졌다. 회사 인건비는 연간 220억원. 직원 1200명 중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직원은 600여 명이다. 이들에게 임금 인상분을 적용하면 연간 25억원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게 전방 측 설명이다. “최근 600여 명을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자 60대는 족히 넘은 듯한 직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동안 고마웠다’며 흐느끼더군요. 근데 제가 그 사람들을 내보내야 합니다. 아니면 다 죽는데 어떡합니까….” 조 회장이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사용자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조 회장은 “경총은 전방이 주도해서 만든 단체”라며 “경총이 그래도 기업을 제일 활발하게 대변해주는 단체인데 이런 때 나서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64년 섬유 외길’ 전방(옛 전남방직)의 조규옥 회장(71)은 27일 서울 충정로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죽더라도 같이 가자’며 함께한 직원들을 내 손으로 내쳐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방은 1935년 광주에서 가네보방적으로 시작한 국내 대표 섬유기업이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16.4% 오르는 것으로 결정되자 국내 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고 600여 명을 감원하는 방안을 노조와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끝이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 전방의 경영 환경을 옥죄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법정 근로시간까지 줄어들면 도저히 견뎌낼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면 줄어든 나머지 시간에 일할 근로자를 더 뽑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것이다. “주말 근무, 야근을 해서라도 등록금을 벌고 아이들 결혼자금을 대려는 주부가 대부분입니다. 법정 근로시간을 줄이면 당장 이들이 손에 쥐는 월급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조 회장은 ‘일자리’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2001년 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기울어가는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간부들을 구조조정했다. 하지만 공장 직원은 단 한 사람도 해고하지 않았다. 불안해하는 직원들을 위해 노조 대의원 회의에 참석해 “앞으로 우리 회사는 정년이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전방 직원의 80%는 주부 사원이다. 60대도 많다. 집에 사정이 있어 한 달간 쉬겠다고 해도 대부분 들어주는 편이다. 출근하지 않아도 기본급은 모두 준다.
전방은 국내 섬유기업들이 값싼 인건비를 활용하기 위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때도 꿋꿋이 국내 생산 원칙을 지켰다. 1996년 인도에 6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공장 설비도 정부의 ‘유턴 정책’에 맞춰 포기하고 국내로 생산 물량을 돌렸다. 조 회장은 “인도에 있던 공장을 포기하고 국내로 생산 물량을 돌리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표지를 붙이고 국내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국가 명예’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모두 의미 없는 일이 돼 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직원들을 생각하는 그의 각별한 마음은 근로자도 잘 안다. 2011년 공장 자동화로 어쩔 수 없이 250명을 감축하기로 노조와 합의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전방 교육관리실장으로 근무하던 아들을 사고로 잃었다. 임원들만 추모식에 참석하기로 하자 직원이 몰려왔다. 조문을 해야겠으니 허락해달라는 것이었다. 철야 작업을 끝낸 주부들의 조문 행렬이 줄을 이었다. “저런 직원들을 차마 어떻게 내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인원 감축 계획을 철회했다.
경영난으로 인한 적자 규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125억원의 적자를 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방이 50% 지분을 투자해 일본 섬유업체 군제 등과 함께 설립한 속옷 생산업체 전방군제도 지난 4월 일본 측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청산하고 철수했다. 조 회장은 “일본까지 쫓아가 설득했지만 ‘한국의 최저임금이 10% 이상 올라갈 것 같다’며 냉정하게 떠났다”며 “당시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지금쯤 ‘철수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결정되자 버틸 여력이 없어졌다. 회사 인건비는 연간 220억원. 직원 1200명 중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직원은 600여 명이다. 이들에게 임금 인상분을 적용하면 연간 25억원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게 전방 측 설명이다. “최근 600여 명을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자 60대는 족히 넘은 듯한 직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동안 고마웠다’며 흐느끼더군요. 근데 제가 그 사람들을 내보내야 합니다. 아니면 다 죽는데 어떡합니까….” 조 회장이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사용자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조 회장은 “경총은 전방이 주도해서 만든 단체”라며 “경총이 그래도 기업을 제일 활발하게 대변해주는 단체인데 이런 때 나서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