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초반 흥행 뜨겁지만…은산분리 규제가 성장 '족쇄'
카카오뱅크 출범 첫날 가입자들이 폭발적으로 몰렸지만 지속적인 성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은산분리 규제가 여전히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 확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은 은행을 지배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다. 구체적으로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은 4%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은산분리 규제가 생겼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덩치를 키우는 데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 정부에서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산업에서 ‘메기’ 역할을 할 수 있게 정보기술(IT)업체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하도록 유도했다. K뱅크의 경우 지분을 8% 보유한 KT가 핵심 역할을 하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은산분리 문제 때문에 KT는 K뱅크의 자본을 확충하기 힘들게 됐다. 기존 지분율대로 증자하면 문제가 없지만 일부 주주는 증자에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KT가 증자에 더 참여해야 하는데 이 경우 지분율이 10%를 웃돌 수밖에 없어 은행법을 위반하게 된다.

K뱅크는 자본금 25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려면 증자가 필수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결국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인 신용대출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카카오뱅크는 K뱅크와 사정이 약간 다르긴 하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8%의 지분을 갖고 있고 다른 주주사도 증자에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은산분리와 관련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문제는 없지만 관련 법규가 개정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새 정부도 주요 국정과제에서 이를 배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도 이날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은산분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금융혁신 지원을 위한 특별법(가칭)’을 만들겠다고만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인허가 제도를 개선해 금융산업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카카오뱅크 같은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을 촉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