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장(맨 왼쪽)과 위원들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지형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장(맨 왼쪽)과 위원들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사 영구중단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대혼선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지난달 “공론화위를 통해 시민배심원단을 꾸린 뒤, 여기서 영구중단 여부에 대해 찬반 결론을 내리면 따르겠다”고 발표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공론화위는 “우리가 하려는 것은 공론조사일 뿐 시민배심원제와도 100% 다른 방식”이라며 사실상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더욱 혼란이 커지게 됐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공론화위 생각이 전혀 다르게 나오면서 어느 누구도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게 생겼다. 사회적인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서로 ‘책임 회피’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공론화위 출발부터 방식과 절차를 놓고 혼선이 불거져 배가 산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출발부터 혼선

정부는 지난 24일 공론화위를 발족하면서 “시민배심원단이 내리는 결정을 그대로 정책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공론화위가 시민배심원단을 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공론조사를 해 찬반을 정하면, 그 결과대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영구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론화위는 27일 시민배심원단과 공론조사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며 찬반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고 했다. 공론화위는 “시민배심원단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라며 “시민배심원단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론조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시민배심원단 대신 어떤 용어로 부를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론화위는 일단 2만 명에게 건설 영구중단 여부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하고, 이 중 성별 연령 지역 등을 고려해 공론조사에 참여할 350여 명을 추출하기로 했다. 설문조사는 휴대폰과 집 전화를 혼합 사용해서 하기로 했다.

공론화위는 8월 중 1차 조사를 하고, 공론조사 대상자를 추출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뒤 최종 조사는 9월 말 또는 공론화위 활동시한인 10월21일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공론화위는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면 국무총리에게 제출하고 해산한다는 계획이다. 공론화위는 “1차 조사를 하고, 그중에서 표본을 추출해 2차 조사를 하고 숙의과정을 거쳐 다시 3차 조사를 진행해 각각의 조사결과에 변화가 있는지 관찰한다”며 “이런 내용을 정부에 권고하면 대통령 등 결정권자가 최종 결정하는 데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혼선 수습하려는 총리실

공론화를 둘러싼 혼선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론화위를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영구중단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을 때부터 “공론화위에서 내리는 결정이 법적 근거가 있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공론화위가 이날 “결론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문제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 공론화위원 9명이 누구인지 공개된 상황에서 한쪽 편을 들었을 경우 사회적 비난이 쏟아질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공론화위가 결론을 내지 않겠다고 버티면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영구중단 여부를 직접 결정해야 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공론화위의 발표 직후 “공론화위에서 갈등관리 전문가들을 불러 특강을 들었다”며 “전문가들이 배심원단을 구성하지 말자고 주장한 것을 기자들에게 얘기하려다 마치 공론화위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처럼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론화위가 배심원단을 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배심원단이란 이름도 안 쓰고 찬반 결정도 하지 않겠다는 게 공론화위의 생각”이라고 했다.

◆“배가 산으로 갈 수도”

공론화위가 출범부터 정부와 혼선을 빚으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영구중단 여부에 대한 결론이 3개월 내에 과연 나올 수 있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있다. 정부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공론화위가 가동되는 3개월간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일시중단한다”고 결정했다. 공론화위가 길어지거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3개월이 넘어서까지 건설을 중단시키면 큰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훈/김형호/임도원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