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근로시간 단축(주 68시간→52시간)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31일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를 재개한 뒤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입법이 차질을 빚으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폐기해서라도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도 밀어붙여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3대 과제’를 조기에 매듭지을 태세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기업은 이중 삼중의 부담을 떠안아야 할 처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중소기업엔 ‘발등의 불’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35.6%가 비정규직이다.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비정규직 의존도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 비율이 높으면 정책자금 신청 등에서 불이익을 준다고 하니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16.4%나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은 한계산업 기업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전방과 경방 등이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을 견디지 못해 최근 국내 생산시설 일부를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시급(時給)이 1만원으로 오를 예정이어서 아예 사업을 접는 기업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내년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중소기업은 극한 상황에 내몰릴 게 뻔하다. 조규옥 전방 회장이 어제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6년 동안 직원 한 명도 자르지 않았는데 근로시간 단축 땐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한탄한 것은 이런 사정을 대변한다.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무 부담 3종세트’가 전방위로 기업을 옥죄는 형국이다.

부작용을 줄이려면 ‘속도 조절’이 필수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제안처럼 300인 미만 기업에 한해 근로시간 단축을 4단계로 나눠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봄 직하다. 단조 등 뿌리산업 등에 대해서는 특별연장근로와 같은 예외 규정을 둬 업종별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 그래야 몰아치는 ‘노동정책 실험’에서 중소기업들이 숨돌릴 틈이라도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