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더리움, 증권법으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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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EC "가상화폐 자금조달에도 연방증권법 적용" 파장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를 이용한 디지털 계약을 ‘증권’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가상화폐를 발행하거나 거래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증권법으로 규제한다. 기업들이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가상화폐공개(ICO)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SEC는 26일(현지시간) 이더리움을 이용한 분산형 네트워크인 탈중앙화조직(The DAO)이 발행한 디지털 자산 ‘토큰(이더리움을 주고 거래하는 대상)’을 증권으로 간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상조직에 의한 디지털 자산 발행과 판매는 연방증권법의 요구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SEC는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발행·거래되는 증권의 교환과정에 참여하는 개인·기관은 모두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했다. 이더리움 거래소를 인가제로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SEC는 가상통화 계약이 증권 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이유로 투자자들이 △이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다른 이들의 관리 행위 하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SEC는 토큰을 발행한 DAO가 일반적 기업과는 달리 소유자나 경영자가 뚜렷하지 않은 분산형 네트워크지만, 그렇더라도 연방증권법이 규정하는 증권 발행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블록체인 전문 기업 블로코의 김종환 대표는 “DAO만 규제한 것이 아니라, DAO를 선례로 삼아 유사한 업태를 모두 규제하게 되는 것”이라며 “주요 거래소는 물론 대규모 거래를 하고자 하는 개인에 대해서도 감독 당국이 관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SEC가 ICO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시장 과열 때문이다. 최근 1년 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치가 급등했다. 특히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화폐의 성격과 플랫폼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는 토큰을 누구든지 발행할 수 있다.
이 토큰은 거래가 가능하고, 이더리움의 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가 계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발행 기업은 주식을 발행해 상장하는 기업공개(IPO)보다 훨씬 간단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다양한 이름의 토큰을 발행해 ‘봉이 김선달’처럼 돈을 긁어모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DAO가 발행한 토큰이 주식이나 다름없다고 SEC가 판단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토큰 가운데는 단순히 발행기업의 멤버십이나 선불포인트 성격을 가진 것도 있어 일부 토큰은 증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오토노머스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스타트업의 ICO 시장 자금 조달 규모는 1400만달러였지만 올 들어 12억6600만달러까지 불어났다. 이더리움 공동개발자 중 한 명인 찰스 호스킨슨은 지난 19일 “ICO 시장은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중순 400달러까지 치솟은 이더리움 가치는 급등락을 거듭하다 SEC가 ICO 시장에 개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2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관련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는 SEC 개입 결정이 다른 나라 금융감독 당국의 관련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이 주요 거래소와 관련 기업의 거래를 규제하게 되면 테러·범죄조직 등에 관련된 불법적인 성격을 지닌 거래가 ‘풍선 효과’로 다른 나라 거래소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18일 국회에서 ‘가상통화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박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가제로 하거나 최소 자본금 요건 등의 제약을 부과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를 ‘화폐’가 아니라 ‘상품’으로 분류해 거래할 때마다 부가가치세를 물리거나 주식·채권 같은 ‘증권’으로 봐서 거래세를 매길 수도 있다.
SEC의 규제 도입에 가상화폐 커뮤니티 반응은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시장질서가 유지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는 견해도 많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운영하는 유영석 대표는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법적 테두리가 분명해지기 때문에 규제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SEC 결정이 한국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규제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를 이용한 디지털 계약을 ‘증권’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가상화폐를 발행하거나 거래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증권법으로 규제한다. 기업들이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가상화폐공개(ICO)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SEC는 26일(현지시간) 이더리움을 이용한 분산형 네트워크인 탈중앙화조직(The DAO)이 발행한 디지털 자산 ‘토큰(이더리움을 주고 거래하는 대상)’을 증권으로 간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상조직에 의한 디지털 자산 발행과 판매는 연방증권법의 요구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SEC는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발행·거래되는 증권의 교환과정에 참여하는 개인·기관은 모두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했다. 이더리움 거래소를 인가제로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SEC는 가상통화 계약이 증권 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이유로 투자자들이 △이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다른 이들의 관리 행위 하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SEC는 토큰을 발행한 DAO가 일반적 기업과는 달리 소유자나 경영자가 뚜렷하지 않은 분산형 네트워크지만, 그렇더라도 연방증권법이 규정하는 증권 발행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블록체인 전문 기업 블로코의 김종환 대표는 “DAO만 규제한 것이 아니라, DAO를 선례로 삼아 유사한 업태를 모두 규제하게 되는 것”이라며 “주요 거래소는 물론 대규모 거래를 하고자 하는 개인에 대해서도 감독 당국이 관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SEC가 ICO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시장 과열 때문이다. 최근 1년 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치가 급등했다. 특히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화폐의 성격과 플랫폼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는 토큰을 누구든지 발행할 수 있다.
이 토큰은 거래가 가능하고, 이더리움의 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가 계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발행 기업은 주식을 발행해 상장하는 기업공개(IPO)보다 훨씬 간단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다양한 이름의 토큰을 발행해 ‘봉이 김선달’처럼 돈을 긁어모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DAO가 발행한 토큰이 주식이나 다름없다고 SEC가 판단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토큰 가운데는 단순히 발행기업의 멤버십이나 선불포인트 성격을 가진 것도 있어 일부 토큰은 증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오토노머스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스타트업의 ICO 시장 자금 조달 규모는 1400만달러였지만 올 들어 12억6600만달러까지 불어났다. 이더리움 공동개발자 중 한 명인 찰스 호스킨슨은 지난 19일 “ICO 시장은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중순 400달러까지 치솟은 이더리움 가치는 급등락을 거듭하다 SEC가 ICO 시장에 개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2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관련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는 SEC 개입 결정이 다른 나라 금융감독 당국의 관련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이 주요 거래소와 관련 기업의 거래를 규제하게 되면 테러·범죄조직 등에 관련된 불법적인 성격을 지닌 거래가 ‘풍선 효과’로 다른 나라 거래소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18일 국회에서 ‘가상통화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박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가제로 하거나 최소 자본금 요건 등의 제약을 부과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를 ‘화폐’가 아니라 ‘상품’으로 분류해 거래할 때마다 부가가치세를 물리거나 주식·채권 같은 ‘증권’으로 봐서 거래세를 매길 수도 있다.
SEC의 규제 도입에 가상화폐 커뮤니티 반응은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시장질서가 유지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는 견해도 많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운영하는 유영석 대표는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법적 테두리가 분명해지기 때문에 규제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SEC 결정이 한국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규제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