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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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주요 금융그룹은 수익성과 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6년 만에 최대 순이익을 냈다.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우리은행 등 5대 금융그룹 및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 합계는 6조원을 넘어섰다.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신한금융은 2001년 지주 체제 전환 이후 최대 반기 순이익(1조8891억원)을 올렸다. KB금융 순이익도 1조8602억원으로 2008년 지주 설립 이후 최대 성적을 냈다. 우리은행도 상반기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서면서 2011년 이후 최대 수익을 냈으며, 하나금융도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다. 시장금리가 올라 이자 수익이 늘고, 경기 호전에 따라 부실대출이 줄어든 덕분이다.

금융그룹들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지속 성장을 위한 새 전략을 짰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비이자 수익을 늘리기 위해 모바일뱅크, 로보어드바이저를 접목한 자산관리(WM)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그룹 자원을 하나로 모으는 ‘원(one) 신한’ 전략으로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자본시장 부문과 디지털 부문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자본시장 부문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중심으로 운영하던 기업투자금융(CIB) 사업에 신한생명과 신한캐피탈 투자본부를 합쳐 ‘그룹&글로벌 투자뱅킹그룹(GIB)’으로 확대 개편했다. 신한금융은 그룹 역량을 모아 2020년까지 투자금융(IB) 수익 비중을 8%에서 14%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해외시장 개척도 그룹 차원에서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지주·은행·카드·금융투자·생명에 흩어져 있던 글로벌 사업 전체를 통합 관리하는 글로벌사업부문장 제도를 만들었다. 계열사별로 따로 운영하던 사업을 단위별로 묶어 지주가 총괄하는 매트릭스 체제다.

KB금융은 지난 2분기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 ‘1등 금융그룹’ 자리를 되찾기 위해 하반기 영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2014년 윤종규 회장이 취임한 뒤 KB금융은 인수합병과 내실 다지기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뤘다. 2015년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손해보험회사를 인수해 보험사업 부문을 보강했고, 작년엔 현대증권을 사들여 KB증권으로 통합 출범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현재 12개 금융계열사를 거느리면서 422조원(6월 말 기준)의 자산을 보유한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 꼽힌다.

올해 KB금융이 추진하는 경영 방침은 고객(Customer), 시너지(OneFirm), 디지털(Digital), 체질 개선(Evolution & dynamic) 등 네 가지 키워드를 아우르는 ‘코드(C·O·D·E)’ 전략이다. KB금융은 자산관리(WM)사업 부문에서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 모든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디지털 사업 분야에선 데이터 분석, 로보어드바이저, 생체 인증 등 핀테크 영역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2015년 9월 KEB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이후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합병 직후인 지난해 상반기 7900억원이던 순이익 규모가 올해 상반기에는 1조310억원으로 급증했다. 합병 후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하나금융은 ‘디지털’과 ‘글로벌’을 주축으로 성장전략을 짜고 있다. 하나금융의 통합 멤버십 플랫폼인 ‘하나멤버스’를 통해 비대면 은행·카드 상품 판매를 적극적으로 늘려 나가는 중이다. 외환은행과 합병 이후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24개국에 145개 네트워크(법인·사무소·지점 등)를 보유하고 있다. 올 상반기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했다. 전체 은행 이익 가운데 2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 하반기 글로벌 사업을 다변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해외 직접 진출은 물론 수익성 높은 지분투자에도 좀 더 공을 들일 계획이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2015년부터 성장성 높은 아시아 금융회사 투자로 수익을 일궈내고 있다. 향후 소액대출·리스·소비자금융 등과 관련한 아시아 비은행 금융회사에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크게 개선했다. 실적 개선 흐름 덕분에 우리은행 주가도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연내 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면 내년께 지주 체제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이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한다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농협금융은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아 2020년까지 순이익 1조6500억원을 달성, 3대 금융그룹 입지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부 전략으로 ‘2020 혁신 방안’도 마련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최근 열린 혁신방안 토론회에서 “다른 금융그룹과 비교해 증권과 보험 등은 앞서지만 은행과 카드사업은 약하다”며 “협동조합 수익센터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은행의 경쟁력 회복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연간 순이익 1조원 이상 우량 은행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고객을 찾아가는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저성장·저금리 상황에서 자산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은행과 투자증권 간 협업을 통해 기업투자금융(CIB) 사업을 중점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총자산 106조원을 보유한 BNK금융그룹은 부산·경남지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이다. 부산은행을 토대로 2011년 국내 첫 지역금융그룹으로 출범했고, 2014년 경남은행과 2015년 BNK자산운용을 잇따라 인수하며 성장했다. 올 1분기 순이익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1683억원)를 기록했다. BNK금융그룹은 올 하반기 ‘질적 성장 및 수익기반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산 성장 위주의 양적 성장보다 자산·부채 구조 개선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일구겠다는 전략이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수익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수도권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