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이 21년 연속 무분규로 올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연초 수립한 수주목표(16억3000만달러)도 이달 조기 달성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석유제품 운반선과 중형 컨테이너선 부문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앞세워 올해 수주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경영실적도 최대한 끌어올리기로 했다.

◆한발씩 물러선 노사

현대미포조선은 28일 노사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4.7%의 찬성표가 나와 21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계 최장 기록이다. 한영석 현대미포조선 사장(사진)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한마음으로 조속히 극복하자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원만한 타결이 가능했다”며 “직원들의 하나된 마음을 바탕으로 일감 확보와 경쟁력 제고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노사는 기본급 동결(정기승급분 2만3000원 별도),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 무재해 달성 격려금 10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당초 노조는 기본급 2.9% 인상, 성과급 200% 등을 요구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한발 물러섰다. 노조 관계자는 “조선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만큼 올해는 임금 인상보다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내년 5월까지 공동위원회에서 유휴인력 발생에 대비해 협의를 이어가고 협력사 처우 개선도 약속했다.

◆해외 선사들 “품질이 다르다”

현대미포조선은 올 상반기 어려운 가운데서도 괄목할 만한 수주 실적을 올렸다. 특히 이달 MR탱커(중형 석유화학제품운반선) 6척을 수주하면서 올 수주목표를 조기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미포조선은 올 상반기에 이미 14억9900만달러를 수주했다. 극심한 ‘수주절벽’을 겪은 전년 동기 대비 867% 증가한 수치다. 이달 수주금액(약 2억달러)을 더하면 올 목표치를 훌쩍 넘어선다.

현대미포조선은 20억달러까지 수주 목표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MR탱커 등 석유제품선에서 컨테이너선에 이르기까지 해외 선주의 발주 문의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세계에서 발주된 석유제품선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세계에서 발주된 35척 안팎의 MR탱커 중 우리가 31척을 수주했다”고 말했다. 중형 석유제품선은 현대미포조선이 중형 선박부문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경쟁자였던 SPP조선이 문을 닫으면서 일감이 현대미포조선으로 몰리는 측면도 있다. 최근에는 일본 선사들도 자국 선박금융 혜택을 포기하고 현대미포조선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선박 품질과 연비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더욱 일감이 말라버린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도 현대미포조선은 해외 선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현대미포조선이 최근 개발한 1800TEU(1TEU=6m짜리 컨테이너 1대)급 컨테이너선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1800TEU급 컨테이너선은 하루 5t가량 연비 절감 효과가 있어 그리스 등 해외 선사에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막판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수주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