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이 29일(현지시간) 열린 애버딘애셋매니지먼트스코티시레이디스오픈 3라운드에서 바람을 뚫고 강력한 샷을 날리고 있다.  美 LPGA 홈페이지
김세영이 29일(현지시간) 열린 애버딘애셋매니지먼트스코티시레이디스오픈 3라운드에서 바람을 뚫고 강력한 샷을 날리고 있다. 美 LPGA 홈페이지
김세영(24·미래에셋)은 별명이 세 개다. 빨간바지, 역전의 여왕, 그리고 섬녀다. 국내 투어 5승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6승 가운데 매치플레이 방식인 로레나 오초아 챔피언십을 제외한 스트로크 대회 10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이때 결승전에서 그는 대부분 빨간바지를 입었다. 국내외 통산 승수의 거의 절반인 5승을 섬 대회에서 수확했다.

한가지, 그가 꼭 가지고 싶어 하는 별명, ‘메이저의 여왕’은 인연이 닿지 못했다. 아직 LPGA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

◆‘메이저 리허설’ 링크스코스 정복 눈앞

29일(현지시간) 열린 애버딘애셋매니지먼트 레이디스스코티시오픈(총상금 150만달러)은 김세영에게 의미가 깊다. 메이저로 가는 리허설이기 때문이다. 1주일 후면 이 대회 코스(스코틀랜드 던도널드 링크스코스)와 비슷한 킹스반스 링크스코스에서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열린다. 던도널드 링크스 정복이 그래서 그에겐 꼭 풀어야 할 숙제다.

김세영이 목표 달성에 한 발 다가섰다. 이날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코스(파72·6390야드)에서 열린 스코티시오픈 3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중간합계 6언더파를 기록한 김세영은 ‘백전노장’ 카리 웹(43·호주)과 공동선두에 올랐다. 김세영은 이틀 내내 3위를 달리며 기회를 엿보다 기어코 3라운드에서 역전우승 발판을 마련했다. 우승할 경우 지난 5월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에 이어 두 달여 만의 시즌 2승이자 LPGA 투어 통산 7승이다. 한국 선수로는 시즌 11승이 된다. 2라운드 단독 선두 크리스티 커(40·미국)는 1오버파를 쳐 중간합계 4언더파 3위로 주저앉았다. 유선영(31·JDX)이 2언더파 공동 4위로 올라서 우승경쟁에 합류했다. 김세영은 “카리 웹, 크리스티 커는 훌륭한 선수들이다. 함께 경기하는 건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김세영은 ‘섬녀’답게 링크스코스 특유의 바람과 비를 뚫어냈다. 돌풍과 소나기가 오락가락 코스를 강타한 와중에도 언더파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언더파를 유지한 선수는 5명에 불과했다.

◆‘역전의 명수’ 신화 이어갈까

전반에 한 타를 덜어낸 김세영은 바람과 폭우가 거세진 후반에 특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전반 9번홀(파4)부터 16번홀(파4)까지 지루한 파행진을 거듭하던 그는 17번홀(파4)에서 웨지샷으로 공을 1m 홀컵 옆에 붙여 버디를 잡아낸 뒤 18번홀(파5)에서는 우드로 2온을 성공시켜 3.5m짜리 이글 기회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회심의 이글퍼팅은 홀컵 왼쪽 5㎝로 살짝 비껴갔다. 탭인 버디.

김세영은 ‘연륜’으로 무장한 강적들을 상대로 자신의 열한 번째 역전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성공하면 통산 승수(스트로크 경기 기준) 모두 100% 역전승으로 채우게 된다. 공동선두 카리 웹은 LPGA 41승을 보유하고 있고, 김세영을 턱밑에서 추격하는 크리스티 커는 19승 보유자다. 두 선수의 승수와 김세영의 승수를 비교하면 60 대 6이다.

김세영은 “좋지 않은 날씨에도 언더파를 기록해 예감이 좋다”며 “다음주 열리는 메이저 대회에 앞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29·KB금융그룹)는 3라운드에서만 7타를 잃어 공동 53위(10오버파 226타)로 미끄럼을 탔다. 우승권에서 멀어진 성적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