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감세(減稅) 경쟁이 한창이다. 미국은 지난 27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율(과세구간별 15~35%)을 15% 단일세율로 대폭 인하하고, 소득세 최고세율은 39.6%에서 35%로 내리기로 했다. 상속세와 최저한세율 폐지까지 파격을 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용 화수분’인 내수기업들의 우려를 수용해 핵심 공약인 국경조정세도 포기했다. 오직 일자리와 기업경쟁력 제고에만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반(反)기업 정서가 팽배하던 프랑스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집권 후 부자감세, 노동개혁 등 친(親)기업으로 급선회했다. 법인세율(33.3%→25%), 부유세율(50~60%→30%) 인하에다 노동개혁, 근무시간 유연화, 공무원 12만 명 감축까지 포함했다. 저성장·고실업의 ‘프랑스병(病)’을 치유하기 위해 지지율 급락을 무릅쓰고 집권 초기에 규제·세금·노동 등 시장을 확 바꾸겠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벨기에는 33.99%인 법인세율을 내년부터 29%(중소기업은 20%)로 내린다. 영국은 1980년대 52%에 달하던 법인세율이 지금은 20%다. 일본은 10년 전 30%에서 올해 23.4%까지 법인세율을 낮춰 한국(22%)과 별 차이도 없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규제개혁은 아예 민간에 맡기는 발상의 전환까지 이뤘다.

세계가 시장 활성화와 기업 기(氣)살리기에 혈안인데 유독 한국만 거꾸로 가는 듯하다. 소위 초(超)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에다 ‘친(親)노동 3종 세트’(최저임금 1만원,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를 밀어붙인다. 이래선 기업 경쟁력도, 시장 활성화도 담보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이 애국자”라면서도 “정부의 경제철학을 공유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시급한 노동·규제개혁은 소홀히 한 채 협조만 요청해선 경제 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새 정부가 지향하는 ‘스칸디나비아 모델’도 고부담·고복지와 규제혁파라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 복지국가이면서 발렌베리, 노키아 같은 거대 기업이 나온 배경이다. 한국만 세계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처럼 일자리와 세금의 원천인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