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FROM 100] "균형발전 위해 수도권 옥죄면 지역 하향평준화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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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FROM 100 - 새 정부에 바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역균형 발전 전략
수도권 규제 일변도에서 탈피
지방에 파격 인센티브 제공…자생적 산업 생태계 유도해야
정부도 돈 퍼주기서 벗어나 제도·규제 개선에 역량 투입
산업 플랫폼 조성에 집중해야…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가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역균형 발전 전략
수도권 규제 일변도에서 탈피
지방에 파격 인센티브 제공…자생적 산업 생태계 유도해야
정부도 돈 퍼주기서 벗어나 제도·규제 개선에 역량 투입
산업 플랫폼 조성에 집중해야…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가능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선 비(非)수도권 지역 투자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통해 지방 앵커(핵심) 기업을 육성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야만 비수도권 지역에 자생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과 같은 수도권 규제 중심의 지역균형 발전 정책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중견 학자와 신(新)산업 전문가가 주축이 돼 설립한 민간 싱크탱크 FROM 100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한국생산성본부 대강당에서 연 ‘새 정부의 정책 과제’ 토론회에선 새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 정책에 대한 제언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물리적·시간적 제약이 없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역균형 발전은 저성장을 극복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정부 주도의 과거 모델을 답습할 게 아니라 지역경제 현실을 감안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투자 의욕을 고취시키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민간 역할 명확히 구분해야
문재인 정부는 중앙 권한의 과감한 지방 이양과 지방재정분권 실현 등을 통한 균형 발전을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국민이 골고루 잘사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 정책이 인구, 제조업 입지, 사회간접자본(SOC) 등 ‘양적 불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며 소득과 일자리, 기회·편익 등 질적 지표까지 포괄하는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 문화, 여가, 의료 등 각종 기회와 편익이 수도권, 특히 서울에 몰려 있다 보니 고부가가치, 고임금 산업·직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강현수 충남연구원장은 “수도권에 기업·대학 등이 더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인위적인 규제만으로는 좋은 일자리와 취업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정책의 축을 규제가 아니라 지역 인센티브로 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지역 인센티브 정책도 정부가 부처별로 사업을 발굴할 것이 아니라 제도·규제 개선에 몰두해 지원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별로 특정 산업을 선별 지원하는 현행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지역별 산업 지원 방식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맞지 않는다”며 “정부는 신산업 발굴에 나설 것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옥죄는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제도 개선 등에 집중하고 산업 생태계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대기업집단 제도 손질 필요
전문가들은 균형 발전은 비수도권에 창의적 인재와 돈이 몰려야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지역 투자 장려금이나 보조금 지원만으로는 인재와 돈을 끌어들일 기업 유치가 어려운 만큼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산 기준 산출 때 지방 투자 기업에 대해선 일정 규모를 제외해주는 방식을 꼽았다. 지방에 대한 법인세 배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방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특별 감면 제도를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낙후 지역일수록 법인세 감면을 확대하는 ‘지역별 차등 감면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들의 지방 투자 유인을 북돋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두희 산업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 지역정책연구실장은 “인재와 자본이 이동하면 지역 불균형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며 “혁신 역량, 연관 기업, 인재 분산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SOC나 산업단지 등은 이제 비수도권에도 상당 부분 확충됐기 때문에 인재와 자본의 지방 분산 여건은 과거보다 상당히 좋아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표지갈이식 ‘재활용 정책’ 개선해야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표지갈이’ 식으로 기존 균형발전 정책이 ‘재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많았다. 슬로건만 바꾸고 비슷한 대책을 도입하다 보니 정책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균형 발전 정책이 지방정부나 민간의 참여가 부족한 상황에서 짜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사회정보관리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지방정부와 민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 목표도 모호한 가운데 재정 투입이나 규제 중심의 중앙집권적 균형 발전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이러다 보니 지방정부는 예산 확보에만 혈안이 돼 정부가 제시한 핵심성과지표(KPI)를 따라서만 움직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연구위원은 “정부도 부처 간 칸막이 행정으로 인해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유연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 역할론’도 강조됐다. 거점 지방 대학을 육성하면 인재의 외부 유출을 막고 지역 내 고교-대학-기업 간 인재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은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 정책은 한국의 대학 교육을 하향 평준화로 이끌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제대로 된 지방 거점 대학 육성이 어려워지고 수도권과 교육·기획 격차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은 “지금까지 균형 발전 정책은 수도권 규제와 정부 기관의 지방 이전처럼 물리적 재배치에 집중돼 있었다”며 “앞으로는 기술·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균형 발전 정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FROM 100은
한국 대표 지식인 100명으로 구성된 민간 싱크탱크다. FROM 100은 미래(future), 위험(risk), 기회(opportunity), 행동(movement)의 머리글자에 100인으로 구성됐다는 의미의 숫자 100을 붙였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 주도로 2016년 10월 출범했다. 연구력이 왕성한 중견 학자와 신(新)산업부문 젊은 지식인이 주축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중견 학자와 신(新)산업 전문가가 주축이 돼 설립한 민간 싱크탱크 FROM 100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한국생산성본부 대강당에서 연 ‘새 정부의 정책 과제’ 토론회에선 새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 정책에 대한 제언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물리적·시간적 제약이 없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역균형 발전은 저성장을 극복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정부 주도의 과거 모델을 답습할 게 아니라 지역경제 현실을 감안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투자 의욕을 고취시키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민간 역할 명확히 구분해야
문재인 정부는 중앙 권한의 과감한 지방 이양과 지방재정분권 실현 등을 통한 균형 발전을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국민이 골고루 잘사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 정책이 인구, 제조업 입지, 사회간접자본(SOC) 등 ‘양적 불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며 소득과 일자리, 기회·편익 등 질적 지표까지 포괄하는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 문화, 여가, 의료 등 각종 기회와 편익이 수도권, 특히 서울에 몰려 있다 보니 고부가가치, 고임금 산업·직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강현수 충남연구원장은 “수도권에 기업·대학 등이 더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인위적인 규제만으로는 좋은 일자리와 취업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정책의 축을 규제가 아니라 지역 인센티브로 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지역 인센티브 정책도 정부가 부처별로 사업을 발굴할 것이 아니라 제도·규제 개선에 몰두해 지원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별로 특정 산업을 선별 지원하는 현행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지역별 산업 지원 방식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맞지 않는다”며 “정부는 신산업 발굴에 나설 것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옥죄는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제도 개선 등에 집중하고 산업 생태계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대기업집단 제도 손질 필요
전문가들은 균형 발전은 비수도권에 창의적 인재와 돈이 몰려야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지역 투자 장려금이나 보조금 지원만으로는 인재와 돈을 끌어들일 기업 유치가 어려운 만큼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산 기준 산출 때 지방 투자 기업에 대해선 일정 규모를 제외해주는 방식을 꼽았다. 지방에 대한 법인세 배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방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특별 감면 제도를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낙후 지역일수록 법인세 감면을 확대하는 ‘지역별 차등 감면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들의 지방 투자 유인을 북돋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두희 산업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 지역정책연구실장은 “인재와 자본이 이동하면 지역 불균형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며 “혁신 역량, 연관 기업, 인재 분산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SOC나 산업단지 등은 이제 비수도권에도 상당 부분 확충됐기 때문에 인재와 자본의 지방 분산 여건은 과거보다 상당히 좋아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표지갈이식 ‘재활용 정책’ 개선해야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표지갈이’ 식으로 기존 균형발전 정책이 ‘재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많았다. 슬로건만 바꾸고 비슷한 대책을 도입하다 보니 정책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균형 발전 정책이 지방정부나 민간의 참여가 부족한 상황에서 짜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사회정보관리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지방정부와 민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 목표도 모호한 가운데 재정 투입이나 규제 중심의 중앙집권적 균형 발전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이러다 보니 지방정부는 예산 확보에만 혈안이 돼 정부가 제시한 핵심성과지표(KPI)를 따라서만 움직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연구위원은 “정부도 부처 간 칸막이 행정으로 인해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유연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 역할론’도 강조됐다. 거점 지방 대학을 육성하면 인재의 외부 유출을 막고 지역 내 고교-대학-기업 간 인재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은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 정책은 한국의 대학 교육을 하향 평준화로 이끌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제대로 된 지방 거점 대학 육성이 어려워지고 수도권과 교육·기획 격차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은 “지금까지 균형 발전 정책은 수도권 규제와 정부 기관의 지방 이전처럼 물리적 재배치에 집중돼 있었다”며 “앞으로는 기술·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균형 발전 정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FROM 100은
한국 대표 지식인 100명으로 구성된 민간 싱크탱크다. FROM 100은 미래(future), 위험(risk), 기회(opportunity), 행동(movement)의 머리글자에 100인으로 구성됐다는 의미의 숫자 100을 붙였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FROM 100 대표) 주도로 2016년 10월 출범했다. 연구력이 왕성한 중견 학자와 신(新)산업부문 젊은 지식인이 주축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