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 종합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국내 부동산 가격이 더 뛴다’는 소비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경기를 이끌던 수출도 하반기에는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폭 커진다"
한은은 3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하반기 신규 분양과 입주 물량 증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로 가계대출 증가폭이 상반기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 예정된 분양 물량이 조기 대통령 선거로 미뤄진 데다 대출·주택시장 관련 정부의 규제 강화에 앞서 대출을 서두르는 움직임까지 겹쳐서다.

분양 물량은 올 1분기와 2분기 각각 5만6000가구, 8만1000가구였다. 3분기와 4분기엔 각각 12만4000가구, 10만7000가구로 늘어난다. 입주 물량 역시 1분기와 2분기 각각 7만3000가구, 7만6000가구에서 3분기와 4분기 각각 9만7000가구, 12만4000가구로 확대된다.

이 때문에 한은은 잔금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하반기 가계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중도금 집단대출과 기타 대출도 증가할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다만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선 가계대출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대출은 상반기에 은행과 비(非)은행 금융회사에서 36조5000억원 증가했다. 1분기 13조3000억원, 2분기 23조2000억원 각각 늘었다. 2분기 은행 가계대출(한국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증가액은 17조1000억원으로 1분기(5조9000억원)의 3배에 육박했다.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와 서울 등 일부 지역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 등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수출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 한은은 “수출은 당분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겠지만 증가세는 다소 약화될 것”이라며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품목별 차별화 현상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는 호황 장기화 영향을 받겠지만 자동차는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고 조선도 내년 하반기까진 어두울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증대에 따른 고용 창출력과 부가가치 창출력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가 내수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에 따르면 수출 10억원이 유발한 취업자 수(취업유발계수)는 2000년 당시 15.0명이었다. 2005년 10.1명으로 줄더니 2010년과 2014년에는 각각 7.6명, 7.7명으로 떨어졌다. 수출 증대로 인한 취업자 수 증가 효과가 15년 새 반 토막 났다는 의미다. 대기업의 해외 현지 생산이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 대기업의 주력 품목이 장치산업에 속해 있어 수출 증대에 따른 고용 창출력이 줄고 있는 영향도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