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어제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근로시간 단축(주당 68시간→52시간) 재논의에 들어갔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생산 유지를 위해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데다 추가 고용에 따른 부담까지 지게 될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문제는 부담의 대부분이 전체 근로자의 88%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몫이라는 점이다.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줄면 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은 연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중소기업이 떠안아야 할 비용은 8조6000억원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범죄자로 전락할 처지다. 대기업 등에 뒤처진 임금과 근무환경 탓에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당수 중소기업으로선 추가로 인력을 고용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어겨야 할 판이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실에서 따라갈 수 없다면 범법자만 양산할 뿐”이라며 “중소기업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기업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도 기업주를 범죄자로 내몰기는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가 작년 2만2161개 중소기업을 근로감독한 결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업체가 9.0%인 2001곳에 달했다. PC방 등 자영업자를 조사 대상에 포함하면 위반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근로감독 강도가 비슷하다면 최저임금이 16.4%나 오르는 내년엔 범법 기업인이 폭증할 게 뻔하다.

정부가 정규직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에 부여하는 ‘조달입찰 가점’도 사업주를 자칫 불법행위로 이끄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달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도 정규직으로 신고하거나, 정규직 비율을 조작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취약 계층의 소득을 높이고,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선의의 정책’들이 곳곳에서 의도와는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책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충격 완화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되레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범법자를 양산한다는 점을 정부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