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5억원이던 한 해 기부금이 9년 만에 506억원으로 20배 넘게 뛰었다. 외부에서 압력을 넣었기 때문도, 경영방침에 대단한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기업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사회에 돌아갈 몫이 커진 결과다. 1일 지속경영보고서를 발간한 SK하이닉스 얘기다.
기부액 20배 늘어난 '하이닉스의 법칙'
2008년 첫 번째 지속경영보고서를 낸 SK하이닉스는 이번에 10회째 보고서에서 과거 10년의 경영성과를 되돌아보는 내용을 담았다. 지속경영보고서는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년 경영성과와 함께 사회공헌 활동 등 회사의 전반적 움직임을 정리한 것으로, 10여 년 전부터 국내 대기업들이 발간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8조6436억원이던 SK하이닉스 매출은 17조1980억원으로 두 배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137억원에서 3조2767억원으로 6.4배로 뛰었다. 이는 고용 확대와 사회공헌 증가로 이어졌다. 1만8266명이던 임직원은 2만7488명으로 50.5%나 늘었다. 사업장 안팎의 안전 및 보건, 환경 관련 투자도 74억원에서 1060억원으로 14.3배 증가했다.

첫 번째 지속경영보고서를 내던 2008년만 해도 SK하이닉스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2005년 워크아웃을 벗어났지만 세계 메모리 반도체업계의 ‘치킨게임’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당시 6위에서 세계 3위 반도체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내놨지만 당장의 생존도 자신하기 힘들 때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2015년 삼성전자와 인텔에 이어 세계 반도체업계 매출 3위에 올랐다. 올 2분기에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과 비슷한 3조507억원을 벌어들였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지속경영보고서에서 “생존을 우선시해야 했던 회사가 세계와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주역으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10년간 메모리 반도체를 기반으로 사회공헌과 사회적 가치 증진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고 그 노력을 투명하게 전달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2008년 첫 지속경영보고서를 발간할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구체적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