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억달러 채권 발행 KT, 한국 민간기업 역대 최저 가산금리
마켓인사이트 8월1일 오전 8시

KT가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역대 최저 가산금리로 외화 채권을 발행한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의 안정성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는 굳건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T는 전날 5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 4억달러어치(약 4482억원) 발행을 위한 투자자 모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오는 7일 발행되는 이 채권의 최종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5T)에 연 0.925%포인트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지난달 28일 기준 5T가 연 1.84%인 만큼 발행금리는 연 2.76% 수준이 될 전망이다.

KT가 이번에 발행하는 달러채에 붙은 가산금리는 국내 민간기업이 지금까지 발행한 해외 채권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AA0)과 같은 한국전력 산업은행 등 주요 공기업이 KT보다 낮은 가산금리로 해외 채권을 발행한 적은 있으나 민간기업의 발행금리가 ‘미국채금리+1%포인트’ 이내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삼성전자 등 KT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민간기업은 최근 들어 해외 채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IB업계는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지난 2월 KT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A3’로 상향 조정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KT가 10년 만기 회사채 4억달러어치를 발행할 때만 해도 가산금리가 연 1.10%였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이번 달러채 발행에 앞서 KT의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하면서 “한국 1위 유·무선 종합 통신사업자로서 높은 시장점유율과 낮은 차입금 의존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KT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차입금 부담이 작년보다 낮아졌고 앞으로 2년동안 더 가벼워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달러채 발행을 앞두고 이뤄진 수요예측에서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의 매수 주문이 몰린 배경이다. 실제 KT는 전날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발행금리를 ‘5T+1.10%포인트’로 제시했으나, 모집액의 네 배에 육박하는 주문이 들어오면서 금리를 연 0.175%포인트 낮출 수 있었다.

IB업계에선 KT 달러채가 흥행한 것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북한의 안보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했는데도 한국의 대표 내수기업이 발행하는 장기채를 사들인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은 지역별로 미국(33%) 아시아(53%) 유럽(14%) 등 골고루 분산됐고, 업종별로도 자산운용사(44%) 은행(25%) 보험(25%) 기타(6%) 등 다양했다.

이번 달러채 발행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수요예측 직전에 불거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인해 매수 주문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KT가 성공적으로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된 건 한국 우량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믿음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