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 이후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불만을 드러낸 미국이 조만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의 미 정부 관료를 인용해 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에 철퇴를 가하기 위해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무역법 301조를 적용하면 미국 정부는 중국의 무역행위에 대한 조사에 나설 수 있고, 수개월 내에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인상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방안은 1970년대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국가 긴급사태가 선포되면 대통령에게 폭넓은 재량권이 부여돼 운신의 폭이 커지게 된다.

미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따라 외국 기업에 핵심기술 이전을 압박하는 중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을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키워내기 위해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2025년까지 로봇산업 반도체 자율주행차 등 10개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에서 대표 기업을 육성하는 게 목표다.

그동안 미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이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국 기업에 수십억달러의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핵심기술을 이전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WSJ는 미국 정부의 이번 움직임이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對中)정책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미·중 양국 간 경제 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재에 착수하면 중국 역시 맞대응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무역행위에 어떠한 보복 조치를 하든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양국 교역 관계에 긴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2일자 WSJ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미국산 수입품에 엄청난 장벽을 쌓고 있다”며 “여기에는 관세 장벽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도 포함된다”고 비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