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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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계절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뚜렷한 사계절 대신 여름이 갈수록 도드라진다. 여름이 봄의 시간까지 빼앗으면서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던 5월은 폭염의 달로 바뀌었다. 올해도 일부 남부 지방에서는 5월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화'하고 있어서라는 게 기상 전문가들과 학계의 중론이다. [한경닷컴]에서는 기후 변화가 가져오고 있는 우리 생활의 다양한 변화를 3편에 걸쳐 알아본다.

요즘 한국 날씨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덥습(덥고 습하다)'이다. 주로 동남아시아 날씨를 설명할 때 쓰던 말이지만 한국도 어느새 덥습 국가가 됐다.

무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말리기'(건조)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예전에는 세탁기로 빨래를 하고 나면 야외에 일광건조를 시키는 것이 당연한 순서였다. 하지만 요즘은 햇볕의 자리를 제습기가 대신한다.

가뜩이나 습한 날씨에 빨래까지 집 안에서 말리자니 잘 마르지도 않을 뿐더러 그 습기를 견뎌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빨래가 아니더라도 눅눅해진 집을 뽀송하게 만들기 위해 제습기를 구매하는 사람도 많다.
[날씨의습격②]집집마다 말리기 전쟁…빨래건조기도 가정 침투
10년 전만 해도 제습은 에어컨에 보조로 달려 있는 기능에 불과했다. 제습기라는 제품을 알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제습기는 웬만한 집에는 한 대씩 있는 아이템이다. 2007년 8000대를 팔았던 위닉스는 이제 연간 50만대 가까운 제습기를 팔아치운다.

섬 기후인 일본은 이미 제습기의 가정 보급률이 90%를 넘는다. 제습기가 냉장고·세탁기·에어컨과 같은 반열에 오를 날이 머지 않았다는 뜻이다.

에어컨 변화도 눈에 띈다. 주로 여름 가전으로 소비되던 에어컨은 제습 기능을 강화하면서 사계절 가전으로 진화한다. 특히 1가구 1에어컨을 넘어 스탠드형과 벽걸이형을 조합한 1+1 에어컨도 판매가 늘고 있다.

에어컨 냉기를 방 구석구석까지 보내 주는 에어서큘레이터도 '황금 조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50만대 수준이었던 에어서큘레이터의 판매량은 올해 80만~100만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옥션에서도 에어서큘레이터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400% 넘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업소용으로 주로 쓰이던 빨래건조기가 가정에 침투했다. 신혼부부들에게는 세탁기만큼이나 필수 아이템으로 꼽힌다. 환기가 어렵고 빨래를 널 공간이 충분치 않은 데다 기후도 고온다습한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