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경영활동은 '결과 중심 프로그램'에 맞춰라
“만약 회사에 뱀이 나타났다고 가정합시다. 우선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컨설턴트를 초빙해 조언을 받을 거예요. 그리고 거의 1년이 지나도록 조언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버리는 게 빠른데 말이죠.”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의 거대해진 조직과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빗대 로스 페로 전 GM 이사가 한 말이다. GM은 결국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2009년 파산보호 신청에 이르는 심각한 위기에 빠지고 만다.

많은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을 찾는다. 원인 파악까지는 잘 마친 상태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종종 혼선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치 환자에게 여러 종류의 약을 한꺼번에 투약한 뒤 나타나는 부작용과 같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적이 오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내용이 성적 향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하버드대 교수진 연구에 따르면 많은 기업의 개선 활동이 결과 중심적(result-driven) 프로그램이 아니라 활동 중심적(activity-centered)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활동과 결과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없기 때문에 원하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영개선 활동은 과정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춰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롯데물산이 지난 2월 롯데월드타워에 꾸민 스마트 오피스. 이 회사는 직급 순서별 자리 배치와 칸막이를 없애고 자유석을 도입하는 공간 구성으로 생각과 기업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경영개선 활동은 과정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춰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롯데물산이 지난 2월 롯데월드타워에 꾸민 스마트 오피스. 이 회사는 직급 순서별 자리 배치와 칸막이를 없애고 자유석을 도입하는 공간 구성으로 생각과 기업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활동 중심 vs 결과 중심 프로그램

변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주관하는 담당부서에서는 가능한 한 많이 활동하고 참여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명확한 목적의식 없는 활동은 담당 부서의 손발만 바쁘게 할 뿐, 비효율을 불러온다. 국내 정보기술(IT)그룹사인 B사는 신규 시스템 오픈 첫날 핵심인력 400명 전원을 고객센터 현장에 투입했다. 사용자의 불만을 잠재우고 문제를 즉각 해결하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작 투입된 사람들은 고객센터 업무를 모르는 네트워크 기술자, 회계팀 관리자, 기업 세일즈 담당자였다. 첫날부터 참여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핵심인재 선발과 투입까지는 좋았으나 정작 문제 해결을 위한 직무와 역량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컨설팅을 하면서 현장에서 자주 발견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핵심성과지표(KPI) 오류다. 성과가 아니라 활동 자체에만 집중돼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국내 제조업체 E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상반기 품질관리개선 워크숍에 직접 참여했다.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품질관리 프로세스 자체에만 집중했지 재고회전율, 불량률, 배송시간 등 품질관리에서 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특정 지표를 꼼꼼히 살펴보지는 않았다. 제품이 우수하지 않아도 우수한 품질 프로세스만 있으면 높은 점수를 주거나 교육 후 업무이해 및 성과 향상도가 아니라 교육 참여율만을 측정하는 식이다.

파급력이 큰 활동부터 공략하라

국내 종합 소재사인 K그룹은 2014년 대규모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전 임직원의 인식 변화와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타깃층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경영진과 현장 직원 두 그룹을 선정하고 그들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이메일 뉴스레터는 식상했다. 주관팀은 고민 끝에 아날로그 방식을 택했다. 그룹사별 경영진이 알아야 할 핵심 내용, 이달에 꼭 챙겨야 할 포인트를 ‘CEO메시지’란 칼럼 형태의 한 페이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공했다. 그러자 한 고위임원은 “내가 회의 시 언급해야 할 멘트까지 다 나와 있다. 종종 커닝페이퍼로 활용하기도 한다”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현장 직원들에겐 화장실 메시지와 짧은 영상이 파급력이 컸다. 매달 생산, 품질, 구매 등 담당자별로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도표와 캘린더를 만들어 화장실 문에 부착했고, 직원 대상 이벤트를 통해 선정된 혁신문구들을 짧은 영상으로 제작해 엘리베이터 화면에 띄웠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경영의 핵심은 질문을 잘 던지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보다 ‘이것을 왜 해야 하나’ ‘이걸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많은 문제 해결의 답이 바로 올바른 질문에서 시작된다.

양나래 < 경영컨설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