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빛의 패션야사] 걸그룹 필수템 테니스치마, 원래 롱스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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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트와이스, 여자친구, 우주소녀, AOA 등 수많은 걸그룹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모두 테니스 치마를 한번쯤은 입는다는 것입니다. 여성 아이돌에게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죠. 무대 위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테니스 치마는 남성 팬들의 마음도 일렁이게 합니다.
테니스 치마는 이름 그대로 테니스 경기에서 입던 복장이었습니다. 사실 테니스 치마가 지금 처럼 짧아진 건 100년도 안 됐죠. 테니스 치마의 탄생은 가장 오래된 테니스대회인 영국 윔블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77년 1회 대회 때는 선수 모두 흰색 옷을 입어야 한다는 엄격한 규칙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옷을 입고 땀 흘리는 것이 꼴불견이었던 테니스 초창기 인식이 반영된 것입니다. 단 이 당시에는 남자 선수들만 출전했죠.
1884년 여자 대회가 생기자 여자 선수들은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를 입었습니다. 긴 치마를 입고 테니스 치는 모습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데요.
운동하기에는 불편했겠지만 영국 왕실 주최로 열리는 경기에서 우아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불편했던 건 치마 길이만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코르셋과 패티코트(속치마)까지 덧입었다고 합니다.
흩날리는 흙먼지에 숨은 차오르고, 땀이 주루룩 떨어지는 다리에는 계속 치마가 들러 붙었겠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영국 출신 마우드 왓슨은 윔블던 경기 최초로 여성 챔피언이 됐습니다. 긴 치마에 흰색 코르셋을 입고도 눈부시게 활약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치마 길이는 짧아지기 시작했습니다. 1905년 메이 서튼은 발목을 드러낸 치마를 입었습니다. 미국 출신인 그는 민소매 상의와 치마로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였습니다. 테니스 치마의 길이가 본격적으로 짧아진 건 1926년 이후입니다. 프랑스 출신 수잔 렌글렝은 종아리가 드러나는 치마를 입었습니다.
흰색 플리츠 치마에 카디건, 무릎까지 오는 흰색 스타킹을 신고 경기에 올랐죠. 이는 1920년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장 파투의 디자인으로 수잔의 경기복을 만들었습니다. 수잔은 윔블던 대회에서 6번이나 우승을 거뒀습니다.
그는 선수 중 처음으로 화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수잔의 파격적인 시도 덕분에 그간 여성 선수들의 몸을 옥죄었던 코르셋, 페티코트 등은 사라지게 됩니다.
지금의 테니스 치마 형태는 1949년에서야 등장했습니다. 미국 선수 구지 모란이 짧은 치마와 레이스 장식이 된 속바지를 입고 나온 것이죠.
당시 영국 클럽 위원회는 천박함 등을 이유로 들어 그를 고소까지 했습니다. 테니스계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구지 모란 선수 이후부터 테니스 복장을 두고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1970년대엔 미니스커트 열풍에 테니스에서도 짧은 치마가 유행했습니다.
호주 출신 마가렛 코트도 짧은 치마를 입고 나왔고, 1979년 린다 시겔은 가슴을 노출한 민소매 상의와 짧은 치마를 입어 눈길을 끌기도 했죠.
재미있는 건 치마 길이가 짧아지면서 테니스 경기에도 활력이 더해졌다는 겁니다. 스포츠업계에서는 여자 선수들의 치마가 들썩일 때마다 테니스 인기가 높아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테니스 치마는 이제 일상에서도 인기있는 패션 아이템이 됐습니다. 발랄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죠.
LF의 캐쥬얼 브랜드 헤지스는 영국 '윔블던 챔피언십'과 파트너십을 맺고 올해 스커트, 원피스, 후드 등 다양한 테니스 의상을 내놨습니다.
이 제품들은 판매율이 90%를 돌파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휠라(FILA)도 배우 김유정 씨를 모델로 해 테니스 치마를 선보였습니다.
우아함에서 건강함으로, 다시 청순함으로 변신하고 있는 테니스 치마. 테니스 선수도 걸그룹도 아니지만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어지네요.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테니스 치마는 이름 그대로 테니스 경기에서 입던 복장이었습니다. 사실 테니스 치마가 지금 처럼 짧아진 건 100년도 안 됐죠. 테니스 치마의 탄생은 가장 오래된 테니스대회인 영국 윔블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77년 1회 대회 때는 선수 모두 흰색 옷을 입어야 한다는 엄격한 규칙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옷을 입고 땀 흘리는 것이 꼴불견이었던 테니스 초창기 인식이 반영된 것입니다. 단 이 당시에는 남자 선수들만 출전했죠.
1884년 여자 대회가 생기자 여자 선수들은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를 입었습니다. 긴 치마를 입고 테니스 치는 모습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데요.
운동하기에는 불편했겠지만 영국 왕실 주최로 열리는 경기에서 우아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불편했던 건 치마 길이만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코르셋과 패티코트(속치마)까지 덧입었다고 합니다.
흩날리는 흙먼지에 숨은 차오르고, 땀이 주루룩 떨어지는 다리에는 계속 치마가 들러 붙었겠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영국 출신 마우드 왓슨은 윔블던 경기 최초로 여성 챔피언이 됐습니다. 긴 치마에 흰색 코르셋을 입고도 눈부시게 활약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치마 길이는 짧아지기 시작했습니다. 1905년 메이 서튼은 발목을 드러낸 치마를 입었습니다. 미국 출신인 그는 민소매 상의와 치마로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였습니다. 테니스 치마의 길이가 본격적으로 짧아진 건 1926년 이후입니다. 프랑스 출신 수잔 렌글렝은 종아리가 드러나는 치마를 입었습니다.
흰색 플리츠 치마에 카디건, 무릎까지 오는 흰색 스타킹을 신고 경기에 올랐죠. 이는 1920년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장 파투의 디자인으로 수잔의 경기복을 만들었습니다. 수잔은 윔블던 대회에서 6번이나 우승을 거뒀습니다.
그는 선수 중 처음으로 화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수잔의 파격적인 시도 덕분에 그간 여성 선수들의 몸을 옥죄었던 코르셋, 페티코트 등은 사라지게 됩니다.
지금의 테니스 치마 형태는 1949년에서야 등장했습니다. 미국 선수 구지 모란이 짧은 치마와 레이스 장식이 된 속바지를 입고 나온 것이죠.
당시 영국 클럽 위원회는 천박함 등을 이유로 들어 그를 고소까지 했습니다. 테니스계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구지 모란 선수 이후부터 테니스 복장을 두고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1970년대엔 미니스커트 열풍에 테니스에서도 짧은 치마가 유행했습니다.
호주 출신 마가렛 코트도 짧은 치마를 입고 나왔고, 1979년 린다 시겔은 가슴을 노출한 민소매 상의와 짧은 치마를 입어 눈길을 끌기도 했죠.
재미있는 건 치마 길이가 짧아지면서 테니스 경기에도 활력이 더해졌다는 겁니다. 스포츠업계에서는 여자 선수들의 치마가 들썩일 때마다 테니스 인기가 높아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테니스 치마는 이제 일상에서도 인기있는 패션 아이템이 됐습니다. 발랄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죠.
LF의 캐쥬얼 브랜드 헤지스는 영국 '윔블던 챔피언십'과 파트너십을 맺고 올해 스커트, 원피스, 후드 등 다양한 테니스 의상을 내놨습니다.
이 제품들은 판매율이 90%를 돌파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휠라(FILA)도 배우 김유정 씨를 모델로 해 테니스 치마를 선보였습니다.
우아함에서 건강함으로, 다시 청순함으로 변신하고 있는 테니스 치마. 테니스 선수도 걸그룹도 아니지만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어지네요.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