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짧게 투자하려면 환헤지형 가입을"
연초 이후 원화 강세(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같은 해외 주식형펀드라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엇갈리고 있다.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환헤지형펀드 수익률이 환노출형펀드 수익률을 크게 앞서는 추세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 기간을 연말까지로 비교적 짧게 잡고 있다면 환헤지형펀드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수익률 최대 8%P 차이

"연말까지 짧게 투자하려면 환헤지형 가입을"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펀드 가운데 올 들어 환헤지형의 평균 수익률은 14.76%였다. 이에 비해 환노출형펀드는 평균 9.19%로 5%포인트가량 수익률 차이가 났다. 두 유형 간 수익률 차이가 가장 많이 난 펀드는 ‘하이천하제일중국본토’로 연초 이후 수익률이 8.28%포인트 정도 벌어졌다. 환헤지형은 24.12%, 환노출형은 15.83%의 수익률을 냈다.

해외 주식형펀드는 수익률에 환율 변동을 반영하는지에 따라 환헤지형과 환노출형으로 나뉜다. 환노출형은 투자 대상국의 증시 상황과 환율 변동이 수익률에 반영된다. 반면 환헤지형은 환율 변동은 반영하지 않고 투자 대상의 주가에만 영향을 받는다. 환헤지 비용은 펀드 수익률에 반영된다.

올초 1200원을 웃돌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120원대로 떨어지면서 환노출형펀드 수익률이 악화됐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경기 부양 기대감에 달러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부양책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더딜 것이란 분석이 늘어난 결과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의 국내 가치가 하락해 환차손을 입는다. 환율 영향을 받지 않는 환헤지형펀드 수익률이 비교적 ‘선방’한 이유다.

◆“1년 이상 투자엔 환노출형 선택을”

시장 전문가들은 해외 펀드 투자 기간을 반년 정도로 짧게 잡고 있다면 환헤지형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서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까지 완만한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공통된 견해”라며 “달러화로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펀드는 당분간 환헤지형 수익률이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1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계획 중이라면 환노출형에 가입하라는 조언이 많다. 수익률 변동폭과 환헤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주가와 환율은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어 환노출 상품에 가입하면 주가가 떨어질 때도 손실 폭을 줄일 수 있다”며 “환헤지를 하면 선물거래에 따른 비용이 생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제혜택 여부도 해외 펀드 유형을 선택할 때 염두에 둬야 한다. 올해 말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 해외 주식형펀드 계좌에서 환노출형을 선택하면 환차익에 붙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펀드가 환노출형인지, 환헤지형인지는 펀드 이름의 맨 뒤를 보면 알 수 있다. ‘H(Hedge)’가 붙어있으면 환헤지형, ‘UH(Unhedge)’가 붙으면 환노출형 상품이라는 의미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