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법인세 최고 명목세율이 3%포인트 인상되면 법인소득 과세표준 기준 상위 50대 초(超)대기업이 전체 세수 증가액 중 90% 이상을 부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위 10대 기업은 전체 세수 증가액의 절반 이상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50대 기업이 법인세 증가액 90% 부담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으로 129개 대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더욱 극소수 기업의 세부담만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이번 법인세율 인상이 ‘표적 증세’를 넘어 ‘조준 증세’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위 1%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76%를 내는 ‘세부담 편중 현상’도 한층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50대 기업에 세부담 집중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라 법인세는 내년부터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되고 여기엔 기존 22%보다 3%포인트 높아진 25%의 명목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정부는 2016년 신고(2015년 소득) 기준으로 129개 대기업이 내년 세율 인상의 영향을 받고 이로 인한 세수 효과는 연 2조5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명목세율 인상에 따른 법인세수 증가액은 129개 대기업이 ‘골고루’ 나눠 내는 것이 아니라 과세표준 상위 50대 기업에 90% 이상 부담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국세청의 국세통계를 보면 2016년 신고 기준으로 과세표준 상위 50개 기업의 과세표준 총액은 86조9621억원에 달했다. 이들이 내년에도 동일한 이익을 내고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분 적용 세율이 3%포인트 인상될 경우 기존 과세표준 중 10조원(2000억원×50개 기업)을 제외한 76조9621억원엔 높아진 세율이 부과된다.

공제·감면 등 다른 조건이 올해와 같다고 가정하면 이들 50개 기업이 내년에 부담해야 할 세금은 약 2조3100억원(76조9621억원×3%)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세율 인상에 따른 전체 세수 증가액 2조5500억원의 90.5%에 달하는 수치다.

10대 기업 비중도 56%에 달해

정부 안팎에선 과세표준 상위 10대 기업만 놓고 보면 이들이 법인세율 인상으로 추가 납부하는 세금은 전체 세금 증가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등 법인세 납부 10대 기업을 대상으로 추산한 지난해 납부총액은 10조5759억원에 달한다. 이를 기초로 법인세 최고세율이 3%포인트 높아지는 걸 대입하면 이들 10대 기업은 1조4400억원 정도 세금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개발(R&D)세액공제, 외국납부세액공제 등 각종 공제·감면액이 없다고 가정하고 22%의 법인세율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단순 추정한 뒤 세율 인상에 따른 세금 증가액을 계산한 결과다. 이는 세율 인상에 따른 전체 세수 증가분(2조5500억원)의 56%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방법으로 추정해보면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4326억원, 현대차가 1852억원, 한국전력이 1612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절반 정도는 법인세를 내지 않고 상위 1%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76%를 내고 있다”며 “법인세율 인상 후 초대기업의 세금 납부 편중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